"인간이 만든 물질, 지구 유기체 총 질량 넘었다"

2020-12-10     임병선 기자
인류가 만든 거대 구조물 중 하나인 아파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올해 말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의 총질량이 지구 상 유기체 총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2020년 말까지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콘크리트, 금속 등의 인공물의 질량이 1.1Tt(1조 1000억t)으로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구 상 '바이오매스' 총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바이오매스는 식물, 동물을 비롯해 태양에너지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인 '유기체'의 합을 의미한다.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연구진은 인류가 만든 질량과 바이오매스 총량 추세를 비교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특히 플라스틱의 총질량은 이미 모든 육지 동물과 해양 생물의 질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인공물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로는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하면서 그 자리를 도시와 농장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자연 유기체인 버섯류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연구진은 인간이 만든 질량이 증가하면서 식물 총질량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농업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상 식물 질량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며 "바이오매스 추세는 지구의 탄소 순환과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세계 2차 대전 직후부터 인간이 만든 질량은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2040년에는 3Tt(3조t)을 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분석은 현 지구의 상태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분류해야 한다는 일부 지질학자 주장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다. 인류세란 인류를 뜻하는 ‘앤트로포스(anthropos)’와 시대를 뜻하는 ‘세(cene)’의 합성어로 인류로 인해 빚어진 지질시대라는 의미를 가진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Paul Crutzen)은 2000년 2월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질 시대는 특정 시기에 지질의 특성과 지구 대부분을 점유한 동물 등 기준을 통해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고생대는 최초의 육상생물이 등장했고, 공룡 등 파충류가 번성했을 때는 중생대, 현재는 포유류가 번성한 신생대로 분류된다

신생대는 시기별 지질 특성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플리오세, 플라이스토세 등 7개 세부 분류로 다시 나뉜다. 지금은 지구 역사상 비교적 안정적 기후를 가진 '홀로세'로 258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