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스테이크라 하오리까?' 대체육 향한 '고기론자'의 항변
식물성 대체육 제품에 붙은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이 유럽에서 논쟁에 휩싸였다.
식물 유래 성분으로 고기의 식감을 재현하는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2조 원 규모였고, 2030년에는 11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 농민협회 코파 코게카(Copa-Cogeca)는 대체육 제품에 고기를 연상시키는 소시지, 스테이크, 버거 등 명칭을 붙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명칭 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정책안을 냈다. 소비자들이 대체육 소시지나 버거 등을 육류로 잘못 인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채식 단체 프로벡 인터내셔널(ProVeg International)은 "소비자들은 땅콩버터에 버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 안다"며 대체육 구매 시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며 금지 조치를 반대했다.
농민협회 반대에도 대체육 제품에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은 계속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대체육 제품에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는 제안을 표결한 결과,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유럽의회 의원 니콜라 빌룸센(Nikolaj Villumsen)은 투표 이후 자신의 SNS에 "기후 죄인들이 졌다(Climate sinner lost)"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명칭 존속을 환영했다.
축산업에 의한 탄소배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대체육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대체육을 활용한 버거, 소시지가 나오는 등 사용처도 넓어졌다. 국내에도 샌드위치 글로벌 체인 서브웨이가 지난달 대체육 '얼터밋'을 활용한 메뉴를 내놨다.
유럽 소비자 단체(European Consumer Organization) 식품 정책관 카미유 페린(Camille Perrin)도 표결 이후 성명서에서 "소비자들은 '콩 스테이크', '병아리콩 기반 소시지'와 같은 이름을 육류로 혼동할 이유가 없다"며 "채식주의 식품이나 비건(채식주의자 중 가장 엄격한 단계) 식품임을 제대로 명시하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버거나 스테이크와 같은 명칭을 붙이는 것이 채식 식단 선택권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유와 우유 대체 음료가 명칭을 놓고 대립했을 때는 대체육과 다른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앞서 유럽 재판 사법부는 아몬드유, 두유, 식물성 비건 치즈 등과 같은 유제품을 대체하는 식재에 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유럽 외 국가에서 흔히 아몬드유(Almond Milk), 두유(Soy Milk)라고 칭해지는 제품이 유럽에서는 공식적으로 아몬드 음료(Almond Beverage), 콩 음료(Soy Beverage)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