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스테이크라 하오리까?' 대체육 향한 '고기론자'의 항변

2020-10-28     임병선 기자
대체육 업체 중 하나인 비욘드미트가 판매하는 상품에 소시지, 버거, 비프 등 명칭이 포함돼 있다 (사진 비욘드미트 홈페이지)/뉴스펭귄

식물성 대체육 제품에 붙은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이 유럽에서 논쟁에 휩싸였다.

식물 유래 성분으로 고기의 식감을 재현하는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2조 원 규모였고, 2030년에는 11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 농민협회 코파 코게카(Copa-Cogeca)는 대체육 제품에 고기를 연상시키는 소시지, 스테이크, 버거 등 명칭을 붙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명칭 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정책안을 냈다. 소비자들이 대체육 소시지나 버거 등을 육류로 잘못 인식해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뒤쪽 육류 버거와 앞쪽 대체육 버거 (사진 UBC Media Relations)/뉴스펭귄

반면 채식 단체 프로벡 인터내셔널(ProVeg International)은 "소비자들은 땅콩버터에 버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 안다"며 대체육 구매 시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며 금지 조치를 반대했다.

농민협회 반대에도 대체육 제품에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은 계속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대체육 제품에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하자는 제안을 표결한 결과,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유럽의회 의원 니콜라 빌룸센(Nikolaj Villumsen)은 투표 이후 자신의 SNS에 "기후 죄인들이 졌다(Climate sinner lost)"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명칭 존속을 환영했다.

육류 이미지 (사진 Pexels)/뉴스펭귄

축산업에 의한 탄소배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대체육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대체육을 활용한 버거, 소시지가 나오는 등 사용처도 넓어졌다. 국내에도 샌드위치 글로벌 체인 서브웨이가 지난달 대체육 '얼터밋'을 활용한 메뉴를 내놨다.

대체육 얼터밋을 활용한 서브웨이 메뉴 (사진 서브웨이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유럽 소비자 단체(European Consumer Organization) 식품 정책관 카미유 페린(Camille Perrin)도 표결 이후 성명서에서 "소비자들은 '콩 스테이크', '병아리콩 기반 소시지'와 같은 이름을 육류로 혼동할 이유가 없다"며 "채식주의 식품이나 비건(채식주의자 중 가장 엄격한 단계) 식품임을 제대로 명시하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버거나 스테이크와 같은 명칭을 붙이는 것이 채식 식단 선택권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유와 우유 대체 음료가 명칭을 놓고 대립했을 때는 대체육과 다른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앞서 유럽 재판 사법부는 아몬드유, 두유, 식물성 비건 치즈 등과 같은 유제품을 대체하는 식재에 우유, 버터, 치즈, 요구르트 등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유럽 외 국가에서 흔히 아몬드유(Almond Milk), 두유(Soy Milk)라고 칭해지는 제품이 유럽에서는 공식적으로 아몬드 음료(Almond Beverage), 콩 음료(Soy Beverage)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