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한 맹꽁이 알 곁에 세척제 통, 성남 공공주택지구서 벌어지는 일

2020-07-21     임병선 기자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맹꽁이 알 (사진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성남시 공공주택지구에서 폐사한 맹꽁이 알과 세척제 통이 함께 발견됐다. 지역 주민들은 맹꽁이 폐사가 누군가의 고의적 소행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공공주택지구(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일대, 이하 서현지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 서식지다. 

서현동 주민들은 누군가 세척제를 이용해 맹꽁이를 폐사시킨 것으로 의심된다며 지난 19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표로 고발장을 제출한 이기인 성남시의원이 20일 뉴스펭귄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최근 서현지구에서 ‘PB-1’과 '크리나' 등 이름이 적힌 약품통을 다수 발견했다.

이곳에서 발견된 세척제 중 PB-1은 물에 희석해 사용하지 않으면 인체에 화상을 입힐 만큼 강한 세척제다. 지역 주민들은 세척제 약품통 주변에서 폐사한 것으로 보이는 맹꽁이 알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맹꽁이를 고의로 죽인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현지구에서 발견된 세척제 'PB-1' 통 (사진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서현지구에서 발견된 세척제 '크리나' 통 (사진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한편 서현지구 환경평가를 둘러싸고 기존 지역 주민들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LH 측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서현지구에 맹꽁이가 서식하지 않아 공공주택 건설이 멸종위기종 생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해당 지역이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이라며 반발했고, LH 재조사 결과 맹꽁이 1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 의원은 “최근 맹꽁이 울음소리가 현저히 줄어들고 물웅덩이에 있던 맹꽁이 알들도 대거 사라져 자세히 살펴보던 중 이전에는 없던 화학약품 통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LH 조사단도 해당 약품통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 A씨는 LH 조사단 관계자가 맹꽁이 서식지에 PB-1 약품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경인일보에 말했다.

맹꽁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