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고 잘게"가 징그럽지 않은 유일한 동물

2020-03-27     임병선 기자

가수 백예린 씨가 부른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에는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 있다. 바로 해달이다.

손을 잡고 있는 해달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해달은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손을 잡고 잔다고 알려졌다. 사실관계는 조금 다르다. 해달이 다른 개체와 손을 잡고 자는 것은 사실이다. 동물원에 가면 손을 잡고 자고 있는 해달을 볼 수 있다. 물에 뜬 채 잠을 자는 해달은 자는 도중 무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손을 잡는다. 어미가 새끼 손을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 둘이 손을 잡고 자는 경우는 자연 상태에서는 드문 일이다. 시애틀 수족관(Seattle Aquarium) 설명에 따르면 야생 해달은 같은 성별끼리 무리를 짓고 산다. 무리는 물에 뜬 채 생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뗏목(Raft)이라고 이름 붙였다. 무리 지어 잘 때는 서로 동료 해달이 떠내려가는지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잡기보단 아직 근처에 있다는 표시로 꼬리를 부딪히기도 한다.

해달 무리 (사진 filckr)/뉴스펭귄

생물학자 앨빈 실버스타인(Alvin Silberstein)의 저서 '해달'에 따르면 어미가 먹이를 찾아 혼자 잠수할 때는 새끼를 수초에 둘둘 말아놓기도 한다. 그동안 새끼는 어미가 돌아올 때까지 '꾸익꾸익' 소리를 지른다.

해달은 ‘손’을 매우 잘 쓰는 동물이다. 양 볼에 앞발을 가져다 대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해달이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맨 살이 드러나 따듯한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달은 고래나 해우류(듀공, 매너티 등) 같은 해양포유류가 바닷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하는 고래지방이 몸속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온 유지는 해달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이유는 털을 정리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털을 정리하는 해달 (사진 flickr)/뉴스펭귄

앞발을 잘 쓰는 특성 덕분에 해달의 과거 생태와 서식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해달은 먹이를 돌로 깨부숴 먹는 특징이 있다. 바닷속 전복을 캘 때 이용하거나 가슴에 올려놓은 조개 등을 돌로 쳐 깨 먹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해안가 바위에 조개를 내리치기도 한다. 독일 고고학자는 지난해 해안가에서 해달이 조개를 내리쳤던 돌을 찾아 해달이 서식했던 지역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해달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을 잘 한 동물이다. 물 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귓구멍과 콧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진화했고 발과 꼬리는 헤엄치기 용이하게 발달했다. 앞발에는 갈고리 발톱이 나 있고 발바닥은 거칠거칠해 물속 미끄러운 먹이를 잡기 쉽다.

이런 적응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달은 멸종위기종이다. 털을 노린 남획으로 인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새끼를 끌어 안고 있는 해달 (사진 flickr)/뉴스펭귄
해달(학명 Enhydra lutris)은 IUCN 레드 리스트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남획만큼은 아니지만 서식지 감소도 멸종위기 원인 중 하나다. 지난 5월 비닐 봉지를 몸에 덮고 있는 해달 사진이 발견됐다. 사진을 찍은 사진가 더글러스 크로프트(Douglas Croft) 씨는 “해달이 가끔 몸을 수초로 감싸는 경우가 있는데 이 비닐을 수초로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 포유류 센터에 연락했더니 비닐을 수거하기 위해 출동했다. 그 ‘담요’를 주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귀엽긴 하지만 마음 아픈 문제”라며 해양폐기물 문제를 언급했다.

수초에 몸을 돌돌 마는 해달 (사진 flickr)/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