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의 ‘할머니’ 범고래, '손주'의 생존에 결정적 역할

  • 남주원 기자
  • 2019.12.17 16:59

요크대학교 연구팀, "할머니 범고래 죽으면 몇년안에 손주 범고래도 죽을 가능성 높아"
먹이 부족할 때 할머니 범고래가 어린 범고래에게 '사냥지원' 등 보살핌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 인스타그램 @centerforwhaleresearch)/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인 범고래는 어떻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을까?

영국의 BBC는 '할머니 범고래'가 '손주 범고래'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BBC가 캐나다 요크대학교 생물학과 대니얼 프랭크스(Dan Franks)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지난 9일(현지시간) 인용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할머니 범고래가 죽을 경우 수년 안에 손주 범고래가 죽을 가능성이 높다. 할머니 범고래는 폐경기가 지나 생식 능력이 없는 암컷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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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캐나다 북태평양 연안과 미국의 범고래에 대한 고래연구센터(Center for Whale Research)에서 36년간의 데이터를 분석, 국립과학원논문집(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이기도 한 프랭크스 교수는 “폐경이 지난 할머니 고래가 죽었을 때 손주들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면서 "특히 할머니를 잃은 범고래 새끼는 할머니와 동반하는 새끼들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 인스타그램 @centerforwhaleresearch)/뉴스펭귄

손주 범고래에 대한 할머니 범고래의 중요성은 그들의 주요 식량인 연어가 부족할 때 특히 강력하게 드러났다. 할머니 범고래들은 무리의 선두에서 먹이를 찾는다. 심지어 손주들에게 직접 물고기를 먹이는 것으로 관찰됐다. 

“어미 고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할머니 고래는 손주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돌볼 수 있다”고 프랭크스는 말했다. 이처럼 특히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어린 범고래의 생존 가능성은 할머니의 존재로 인해 높아졌다.

또한 할머니 범고래의 폐경은 가족 내의 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가족 생존에 도움을 준다. 만약 할머니와 어미가 동시에 새끼를 가지게 된다면 새끼들은 여러 자원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다. 할머니 고래가 평생 동안 계속해서 번식하지 않고 그들의 손주를 돌보는 이유를, 이러한 이유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프랭크스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폐경의 진화적 목적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에 더욱 특별하다. 

(사진 Center For Whale Research 인스타그램 @centerforwhaleresearch)/뉴스펭귄

암컷 범고래는 일반적으로 30~40대에 생식을 멈추지만 폐경 후 수십 년 동안 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범고래, 들쇠고래, 흰고래, 일각돌고래 그리고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연구에 등장한 남부 거주 범고래는 미국에 기반을 둔 자연보호단체인 NWF(National Wildlife Federatio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있다. 

 

serennam@newspengu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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