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빠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멸종으로 치닫다

  • 이주선 기자
  • 2019.09.03 16:25

야생개체 수 7500마리에 불과...CITES 국제 멸종위기 1급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의 메인 콘셉트로 등장
아랍 부호들 사이 富의 상징...밀매 많아

(사진 CCF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치타는 '빠른 동물'의 상징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이다. 그러나 그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멸종위기의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아랍의 부호들 사이에 치타 소유가 일종의 붐을 이루면서 밀매가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치타 연구 및 보존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치타보존기금(CCF)'에 따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전세계 치타의 90%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야생에는 7500마리 정도만 남아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 동물원에서 조차 완전히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고 CCF는 우려한다.

중동의 한 도시에서 최고급 명차 보닛(후드) 위에 목줄을 한채 올라앉은 치타의 모습 (사진 CCF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CCF는 아랍 부호들이 치타 멸종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아랍 부호 또는 고급 차량과 함께 목줄에 묶인 어린 치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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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아랍 부호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타를 밀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검색결과)/뉴스펭귄

CCF의 조사결과, 2012년부터 2018년 6월까지 무려 1367마리 치타가 906개의 SNS 광고를 통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판매됐다. 

밀매의 거점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국가 중 하나인 소말릴란드.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독립한 이 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미승인 국가다.

치타의 주요 서식지는 소말릴란드,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다. 특히 소말릴란드 해안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 치타에게는 불행 중 불행이다. 

밀매꾼들은 소말릴란드가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 치타 밀거래의 전초기지로 삼아 걸프 지역으로 팔아넘기고 있다.

밀렵꾼들은 주로 어미가 사냥 나간 틈을 이용하거나 새끼들이 보는 앞에서 어미를 무참히 살해한 후 새끼를 탈취한다. 이렇게 포획된 어린 치타는 사우디서 마리당 6600~10000달러 이상 고가에 판매된다.

(사진 CCF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포획된 새끼 치타들은 해상을 통해 아랍국가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10마리 중 2마리도 채 살아남지 못한다. 또한 살아남아 '애완용'으로 넘겨진다 해도 대부분 일찍 죽음을 맞는다고 CCF는 설명한다.

특히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치타를 구조해 방사시켜도 생존 가능성이 낮다. 치타는 사냥 등 생존을 위한 행동을 어미에게 배우는데 어린 나이에 어미와 떨어져 그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치타에게 방사는 죽음을 뜻한다.

"나는 애완용이 아닙니다" 치타 밀매 중단을 호소하는 포스터 (사진 CCF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소말릴란드 이스마일 반다르 환경부 장관은 CNN 과의 인터뷰에서 "아랍 국가들의 수요를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CCF설립자인 로리 마커 박사는 “해당 국가의 지도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 왕가 등이 나서 치타 밀매를 금지해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치타를 인간의 보살핌 아래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012년 까르띠에(Cartier) TV광고 (사진 까르띠에 광고 영상 갈무리)/뉴스펭귄

2012년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치타를 메인 콘셉트로 한 CF를 방영, 크게 히트하면서 치타는 상당히 '친숙한' 이미지로 각인된 상태다. 

그러나 치타는 '애완용'으로 목줄이 채워지면서 ‘CITES(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 지정 1급 멸종위기 동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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