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저항'의 치열한 '여름 반란' 보고서

  • 조혜빈 인턴기자
  • 2019.07.23 08:00

15~19일 5일간 영국 5개 도시서 기후변화 방지 촉구 시위
연인원 2만여명 참가...색색의 '보트'로 환경운동가 상징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이행 정부에 촉구

'멸종저항'의 '여름반란' 참가자들이 영국 런던 중심부 왕립사법재판소 앞에서 푸른 보트를 세워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멸종저항 공식 인스타그램(@extinctirebellion))/뉴스펭귄

런던에 본부를 둔 기후변화 방지 글로벌 운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지난 19일 시위를 마지막으로 5일간의 '여름반란(summer uprising)'을 끝냈다.

23일 영국의 B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멸종저항은 런던, 브리스틀, 리즈, 글래스고, 카디프 등 영국의10대 도시 중 5곳에서 5일 내내 전개한 시위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도로점거라는 불법행위로 인해 연인원 2만여명의 참가자 중 1150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기후변화가 초래할 인간의 멸종을 막아야 한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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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진실을 말하라" 멸종저항은 영국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사진출처=멸종저항 공식 인스타그램(@extinctrebellion))/뉴스펭귄

◆ "보트는 ‘반란과 인간의 생존’을 상징"

여름반란 기간 동안 멸종저항은 시위에 보트를 동원했다.

이들은 첫날인 지난 15일 런던 중심부의 왕립사법재판소 앞에 “당장 행동하라(ACT NOW)”는 문구가 적힌 푸른 보트를 갖다 놓고 도로 한 복판에 앉아 요가나 명상을 하면서 비폭력 시위를 벌였다.

이어 브리스틀에서는 “진실을 말하라(TELL THE TRUTH)”는 문구가 담긴 분홍색 보트를 브리스 다리 위에, 리즈의 빅토리아 다리 위에는 노란색 보트를 올려놓았다

글래스고에서는 “당신이 두려워하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는 문구가 적힌 보라색 보트를 갤로우게이트 인근에 갖다 놓았으며, 카디프에서는 성 밖에 녹색 보트를 설치한 뒤 시청 앞 잔디광장에 텐트까지 치고 시위를 벌였다.

(사진출처=멸종저항 공식 인스타그램(@extinctrebellion))/뉴스펭귄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보트는 ‘반란과 인간의 생존’을 상징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환경보전활동을 하다가 숨진 운동가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런던의 푸른 보트는 기업가와 정부관료들이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생태학살법’ 제정에 애쓰다 올해 초 암으로 숨진 환경변호사 폴리 히긴스(Polly Higgins) 를 상징한다는 것.

(사진출처=멸종저항 공식 인스타그램(@extinctrebellion))/뉴스펭귄

◆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요구

멸종저항은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 공개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책수립 △'기후변화 시민의회'의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영국의 의회민주주의가 기후와 생태위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데 필요한 장기적 정책결정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시민의회의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고 범죄적이며 정책 입안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고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여름반란을 시작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멸종저항은 "기후변화와 생태의 위기로 인해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게 됐다"며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설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8일 브리스틀 시장 마번 리스(Marvin Rees)와 면담에서 2030년까지 브리스틀이 탄소중립 공약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공청회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진출처=멸종저항 공식 인스타그램(@extinctrebellion))/뉴스펭귄

◆SNS로 결집하고 움직인다…대한민국에도 지부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변화를 대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라고 규정한다. 지난해 10월31일 SNS상에서 뜻을 같이 한 시민들이 영국정부의 미온적인 기후변화정책에 반대하면서 의회에서 '반란선언'을 발표한 것이 첫 걸음이었다.

이어 11월 17일에는 6천여명의 참가자들이 런던 시내에 있는 5개의 다리를 봉쇄하는 '반란의 날' 시위를 벌여 전세계적인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올들어서도 의회와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운동을 전개한 끝에 지난 2월에는 서머셋카운티 의회가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난 4월17일부터 11일간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Jeremy Bernard Corbyn) 당수 집앞에서 11일간 대규모 시위를 벌여 영국 의회가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결의안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5월12일에는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300리터의 가짜 피를 도로에 쏟아 붓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멸종저항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600여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에도 지부가 있으며, 지난 6월16일 광화문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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