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키우고 싶다고? 사이테스(CITES) 협약은 알고 있어?"

  • 조은비 기자
  • 2021.10.28 15:41
큰유황앵무 (사진 flickr, Koichi Oda)/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국제적으로 거래를 규제해야 할 정도로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이 대표적이다. 무분별한 포획 또는 채취, 거래 등으로부터 이런 종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사이테스(CITES)' 협약이다. 현재 이 협약 가입국은 183개국이며, 우리나라는 1993년 가입했다.

사이테스 협약에는 5000여 종의 동물과 2만8000여 종의 식물이 등록돼 있으며, 3개의 부속서로 나뉜다. Ⅰ부속서에 속한 호랑이·고릴라·따오기·반달가슴곰 등은 상업목적 거래가 금지된 종들이다. 오로지 학술·연구 목적 거래만 가능하다. 

Ⅱ부속서는 사전 신청을 통해 상업, 학술·연구 목적의 국제거래가 가능하지만 규제가 없을 경우 멸종될 위험이 높은 종들이다. 하마·페닉여우·남방코끼리물범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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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우·왕부리오색조 등이 속하는 Ⅲ부속서는 Ⅱ부속서에 비해 조금 더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어떤 종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환경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 목록'을 검색해보거나, '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CITES species)'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막여우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청금강앵무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설가타 육지거북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베일드 카멜레온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부채유황앵무 (사진 flickr, David Cook)/뉴스펭귄
큰유황앵무 (사진 flickr, Andrea Schaffer)/뉴스펭귄

개인 사육 목적이나 샵 운영 등 상업적인 목적을 비롯해 학술·연구에 의해 다른 국가로 이동될 때도 사전에 미리 양국 허가 신청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환경민원포털 공식 홈페이지에서 요청을 넣을 수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양도·양수 신청 등은 환경부 환경민원포털에서 할 수 있다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사진 

특정한 종을 키우고 싶어서 양도받거나 수입하려는 경우에는 먼저 해당 종이 거래가 가능한 종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앵무새의 경우 대부분의 종이 거래금지다. 다만 사랑앵무·모란앵무·목도리앵무 등 일부 종은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거래금지 종을 거래하는 일은 명백한 불법이며, 발각되면 해당 개체는 곧바로 몰수처리된다. 

사이테스 협약에서 신고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사전 신고는 양수 및 양도를 할 때만이 아니라 출생했을 경우, 폐사했을 경우에도 필요하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형을 받을 수 있다.

양수, 양도, 인공증식, 폐사 신고가 필요하다 (사진 금강유역환경청)/뉴스펭귄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사육하겠다고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오는 종은 앵무새다. 금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홍혜정 주무관은 "앵무새 관련 요청이 가장 많고, 파충류·양서류 중에도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홍 주무관은 "악어도 요청이 자주 들어오는 종 중에 하나다. 하지만 다 자랐을 때 2m까지 몸이 커지는 종이기 때문에 허가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인거래가 금지된 종은 양수를 요청하는 서류작업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테스 협약을 몰라서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홍 주무관은 "해외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것을 모르고 들여오다가 통관에서 걸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라고 전했다. 해외에서 반입이 금지된 종을 들여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밀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알 형태로 들여오는데, 통관에서 발각되면 벌금이 부과되고, 밀수하려던 동식물은 모두 몰수된다. 홍 주무관은 "이렇게 몰수된 동식물은 대부분 국립생태원 사이테스 쉘터로 이송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공공 동물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이테스 협약을 어기고 개인 사육을 하다가 발각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평택시의 한 마을에서 길고양이들을 사냥하며 지내던 서벌캣 한 마리가 발견돼 구조됐다. 멸종위기종 서벌캣의 교배종인 사바나캣은 개인 사육 목적으로 분양되기도 하는데, 5대를 제외하고 1~4대 해당하는 종은 사이테스 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종들이다.

당시 주인은 이 서벌캣을 사바나캣으로 알고 있었다며 다시 돌려받을 것을 요청했지만, 확인 결과 서벌캣 1~2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몰수됐다. 서벌캣은 사이테스 Ⅱ부속서에 해당해 개인의 사육이 허가되지 않는다.

지난해 평택시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사이테스 Ⅱ부속서 서벌캣 (사진 동물자유연대)/뉴스펭귄

2015년에는 부산의 한 주택 옥상에서 멸종위기종 히말라야 원숭이가 발견돼 구조됐다. 당시 히말라야 원숭이는 목줄을 한 채 발견돼 개인이 불법으로 사육하던 중 탈출한 것으로 추측됐다. 히말라야 원숭이는 사이테스 Ⅱ부속서에 해당돼 연구용으로만 반입이 가능하다.

구조되고 있는 히말라야 원숭이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호랑이 뼈·웅담·코뿔소 뿔·천마 등 약재료나 뱀·악어 등 파충류 가죽으로 만든 구두, 핸드백 등을 신고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거래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사이테스 협약 및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홍 주무관은 원숭이가 개인사육이 금지된 종인지 모르고 기르다가 적발돼 몰수된 경우를 예로 들면서 "사이테스 홍보가 잘 이뤄져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금지된 종인지 모르고 기르다가 몰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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