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흰코뿔소, 번식 아니면 멸종… 단 한 마리에게 달렸다

  • 조은비 기자
  • 2021.10.22 16:48
북부흰코뿔소 나진이 번식 프로그램에서 은퇴했다 (사진 BioRescue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전 세계에서 단 2마리가 남은 북부흰코뿔소 중 1마리가 번식 프로그램에서 은퇴했다.

북부흰코뿔소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32살 고령의 나이인 '나진(Najin)'과 그 딸인 '파투(Fatu)'만이 생존해 케냐자연보호구역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북부흰코뿔소 평균 수명은 약 40~50년이다.

나진과 파투 (사진 BioRescue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수컷은 생존한 개체가 없으며 현재 남아있는 두 마리의 북부흰코뿔소도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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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과학자들은 나진과 파투에게서 난자를 채취하고, 냉동돼있는 정자로 배아를 형성해 남부흰코뿔소 대리모에게 이식하는 방식의 번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남부흰코뿔소는 북부흰코뿔소와 동일하게 흰코뿔소 아종에 속한다.

과학자들이 북부흰코뿔소 번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BioRescue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나진은 고령의 나이와 질병 징후 등을 고려해 번식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 '바이오레스큐(BioRescue)'는 성명을 내고 "대안 없는 결정이 내려졌다. 남아있는 2마리 암컷 중 나이가 많은 나진을 번식 프로그램에서 은퇴시키기로 했다"라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나진 은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바이오레스큐 연구팀 (사진 BioRescue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 야생동물 연구소(Leibniz Institute for Zoo and Wildlife Research)' 수석 수의사 프랭크 괴리츠(Frank Göritz) 박사와 케냐자연보호구역 '올 페제타 컨저번시(Ol Pejeta Conservancy)' 수석 수의사 스티븐 응굴루(Stephen Ngulu) 박사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번식 프로그램에서 한 개체를 은퇴시키는 것은 오랫동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한 개체가 인구의 절반일 때 이 결정은 번식 프로그램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러 번 검토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초음파 검사에서 나진의 자궁에 여러 개의 양성종양이 발견됐음을 언급하며 "그동안 나진의 난자가 파투만큼 성공적으로 수집되지 못했던 이유"라고 짚었다.

연구팀은 나진이 번식 프로그램에서는 은퇴하지만, 향후 태어난 새끼에게 종 보존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행동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진이 번식 프로그램에서 은퇴하게 됐다 (사진 BioRescue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진 은퇴에 동의한 케냐야생동물서비스(Kenya Wildlife Service) 사무총장 존 바웨루(John Waweru)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나진을 은퇴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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