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덕후'가 포착한 티스푼 부리 가진 멸종위기종 (영상)

  • 남주원 기자
  • 2021.10.11 00:05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뭉게구름 가득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일행들과 해안가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밀물 때 바닷물이 차오르면 갯벌에 있던 도요새들이 해안까지 올라오면서 한곳에 모이거든요. 그렇게 모인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을 관찰하며 그 속에 있을 넓적부리도요를 찾으려 노력했죠. 다른 종과 생김새도 비슷하고 수 백 수천 마리가 바글바글 모여 있어서, 한두 마리 정도 있을 넓적부리도요를 찾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운이 많이 따라야 해요."

국내 탐조 전문 유튜브 채널 '새덕후 Korean Birder'(이하 새덕후) 운영자 김어진(25) 씨가 지난 8일 뉴스펭귄에 직접 전한 넓적부리도요 탐조 상황이다.

'티스푼 부리를 가진 희귀 도요새! 수만 마리 속에 2마리 찾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영상에는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의 귀여운 자태가 생생하게 담겼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넓적부리도요는 끝이 넓적한 검은색 주걱 모양 부리를 가졌다. 앙증맞은 생김새 때문에 밥 주걱보다는 작은 티스푼을 연상케 한다. 새덕후 영상에는 동글동글한 몸에 티스푼 부리가 매력적인 넓적부리도요 2마리가 등장한다. 

김 씨는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달 21일 충남 서천군에 있는 유부도를 찾아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넓적부리도요를 포착했다. 그는 "2012년 17살 때 넓적부리도요를 처음 봤다. 탐조를 시작한지 6년 만에 실제로 목격한 거였다"면서 "다만 영상으로 자세히 기록을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2021년 10월 기준 구독자 26만 4000명에 달하는 자타공인 '새덕후'인 그조차 넓적부리도요 탐조에 애를 먹는다. 이 새는 전 세계 200여 마리만 생존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넓적부리도요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매립 등 서식지가 개발되면서 넓적부리도요는 소중한 터전을 잃고 말았다. 그 결과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있다.

김 씨가 넓적부리도요를 보기 위해 찾은 유부도는 수많은 철새와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의 낙원이다. 유부도 일대인 충남 서천 갯벌은 올해 7월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과 순천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새덕후 영상에도 역시 넓적부리도요뿐만 아니라 송곳부리도요, 좀도요,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왕눈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유부도에 사는 다양한 도요·물떼새가 나온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붉은어깨도요도 등장한다. 우리가 갯벌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김 씨가 촬영한 수만 마리 도요·물떼새 군무는 반짝반짝 빛나는 거대한 형상을 이루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제대로 보여줬다.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새덕후 Korean Birder'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김 씨는 "짜릿해. 늘 새로워. 넓적부리도요가 최고야! 배가 빵빵하게 차오른 모습을 보니 남은 여정을 위한 지방과 에너지를 우리나라 갯벌에서 충분히 보충한 듯해 마음이 놓였다"며 넓적부리도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생태적 가치가 높고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인 우리나라 서해 갯벌을 잘 보전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