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중국에선 멸종, 유럽서 '부활'한 희귀동물

  • 홍민영 기자
  • 2019.05.15 16:23

소+말+당나귀+사슴=사불상(야생절멸종)
영국 귀족의 개인 사육 덕분에 멸종직전 '귀환'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제공)/뉴스펭귄

2010년 세종시의 베어트리파크에서 희귀동물인 '사불상'의 새끼가 태어났다는 뉴스가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소,말,당나귀,사슴 등 네마리 동물의 신체 각 부위를 하나씩 조합해 빚은 것 같은 이 동물은 생김새만큼이나 희귀하다. 인간에 의해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귀환'한 사불상의 히스토리는 이렇다. 

◇닮았지만 닮지 않았다

사불상은 사슴과에 속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사슴과는 약간 다르다. 소의 발굽, 당나귀의 몸, 말의 얼굴, 사슴의 뿔을 갖고 있지만, 그 어느 동물과도 똑같지는 않다. 사불상(四不像)이라는 이름도 거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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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1.5~2m, 체중 200kg까지 나가는 등 체격이 큰 편이다. 늪지대에서 풀이나 이끼를 먹으며 살아간다. 중국이 원산지로, 은주혁명을 다룬 고전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는 신령한 짐승 즉 신수(神獸)로 그려진다. 주인공 강자아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 바로 사불상.

사불상은 19세기 말부터 청나라 황제의 사냥터 남원(南苑)에 서식하는 소수의 개체를 제외하면 이미 멸종된 상태였다고 한다. 1865년 프랑스인 신부 아르망 다비드가 남원에서 사불상을 발견하고 유럽에 소개했다. 다비드 신부는 남원에 있던 사불상 일부를 유럽에 보내기도 했다.

◇멸종위기에서 귀환하다

19세기 말 남원에 사고가 발생했다.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사불상 개체들이 익사하거나 아사해버린 것. 간신히 살아남은 암컷 한 마리도 1920년에 죽었고, 유럽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개체들마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죽었다. 사람들은 사불상이 멸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의 대지주 베드포드 공작이 동물원에서 사불상 18마리를 구입해 자신의 영지 내에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베드포드 공작의 사불상은 번식을 거듭해 1901년에는 20마리, 1907년에는 30마리 이상으로 늘어났고, 나중에는 200마리에 달했다. 베드포드 공작이 사불상의 번식에 성공한 것은 집단 사육했기 때문이다. 사불상은 습성 상 무리를 구성해야 번식을 한다.

베드포드 공작은 늘어난 사불상을 다른 동물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1948년 런던동물원과 뉴욕동물원에 각각 매각됐고, 1956년에는 베이징동물원에도 사불상이 건너갔다. 사불상은 이렇게 유럽을 돌고 돌아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다. 

귀환한 사불상은 베이징 주변의 보호구역에서 살게 됐다. 중국 등 여러 나라는 사불상의 야생 개체를 복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위키백과 제공)/뉴스펭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사불상을 야생절멸종(EW‧보호시설 또는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 인위적으로 유입돼 생존)으로 지정했다. 완전 멸종인 ‘절멸’ 바로 아래 단계다.

그러나 최근 개체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등급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00년 베이징 주변의 사불상 개체 수는 100마리였다가 1998년에는 180마리로 늘어났다. 상하이 주변 보호구역의 개체 수는 1999년 기준 354마리다.

국내의 경우 서울대공원 사슴사에서 사불상을 만날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현재 4마리의 사불상을 사육 중이다. 베어트리파크에도 2010년 태어난 새끼를 포함해 20여 마리의 사불상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육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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