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사라진 ‘강력한 맹수’ 호랑이
야생에서 사라진 ‘강력한 맹수’ 호랑이
  • 홍민영 기자
  • 승인 2019.05.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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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종 중 3종 멸종…6종은 멸종위기
(픽사베이 제공) 2019.05.14/그린포스트코리아
(픽사베이 제공) 2019.05.14/그린포스트코리아

 

한반도 건국신화에는 호랑이가 등장한다. 사람이 되기 위해 곰과 함께 동굴에 들어갔다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호랑이 이야기다. 신화의 주역은 곰이지만 호랑이의 존재감도 작지 않다. 이 무렵부터 한민족은 호랑이를 친숙하지만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신령한 동물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산이 많은 한반도에는 예부터 많은 호랑이가 살았다. 한민족은 이들과 협력하기도 하고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며 공존했다. 지금은 어느 산에 가도 호랑이를 만날 수 없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절멸위기(EN)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1등급,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

◇힘과 권력의 상징

호랑이는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고양이과의 동물이다. 몸길이 1.5m이상, 최대 4m까지 자라는 대형 맹수로 보통 숲에서 단독으로 생활하며 멧돼지, 소, 산양, 사슴, 토끼 등을 잡아먹는다. 사람을 먹는 경우도 종종 보고된다. 

호랑이는 오로지 사냥을 위해 진화한 사냥꾼이다. 먹잇감을 향해 소리 죽여 살금살금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고 시속 60km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나무를 타거나 헤엄을 치는 데도 거침없다. 호랑이의 무기는 강력한 송곳니와 앞발이다. 송곳니에 물리면 덩치 큰 암소도 한 번에 숨이 끊어진다. 사람이 호랑이의 앞발에 맞으면 성인 남성이라도 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은 호랑이를 '범', '산신령', '산군(山君)'이라 부르며 신성시했다. 중국이나 서아시아 등 호랑이가 서식하는 타 지역도 경외시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간 사회에서 호랑이는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점이 인간의 허영심을 부추겨 많은 호랑이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호랑이가 갖는 상징성과 값비싼 모피는 밀렵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난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한반도 호랑이는 절멸했거나 절멸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한의 경우 1918년 강원도에서 1마리, 1922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1마리, 1924년 강원도 중부지방에서 1마리가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출현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1996년 4월 환경부가 공식 멸종한 것으로 발표했다가 2012년 7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변경 지정했다.

2004년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이 출범해 ‘한국호랑이’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백두산과 DMZ에 야생 호랑이가 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시베리아호랑이 '팬자'와 네 마리의 새끼. (서울대공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시베리아호랑이 '팬자'와 네 마리의 새끼. (서울대공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살아있는 호랑이들

호랑이는 총 9종이 있었으나 3종은 멸종되고 현재는 시베리아, 수마트라, 인도, 인도차이나, 남중국, 말레이호랑이 등 6종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2개국에 3890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살고 있다. 2010년 2154마리까지 줄었던 야생 호랑이 수는 국제 협업 프로젝트 확산으로 2014년 3500마리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1990년대 7000마리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전 세계 동물원에도 150여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 백두산호랑이라고도 한다. 시베리아 남동쪽, 만주지역에 살고 있다. 몸길이 2.4~3m 이상까지 자라 호랑이 중 가장 덩치가 크다. 현재 러시아 연해주, 중국, 북한의 접경 지역에 400~500마리가량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와 같은 종류다. 한반도 호랑이의 DNA를 조사한 결과 시베리아호랑이와 일치했다.

수마트라호랑이는 인도네시아호랑이라고도 한다. 몸길이 2.1~2.5m 가량으로 다른 호랑이에 비해 몸집이 작은 편이다. 전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만 서식하며 국립공원 내에 400~500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에서도 사육되고 있다. 

인도호랑이는 인도·네팔·인도네시아·미얀마 등에 살고 있다. 벵골호랑이라고 불리는 호랑이들이다. 몸길이 2.4~3.1m까지 자란다. 현재 동물원에 있는 개체까지 포함해 3000마리 이상이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차이나호랑이는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남중국 등지에 서식한다. 몸길이 2.3~2.8m까지 자란다. 말레이호랑이와 서식 구간이 겹쳐 같은 호랑이라고 추정됐으나 2004년 DNA 분석을 통해 다른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중국호랑이는 중국 양쯔강 이남에 서식하는 호랑이로 몸길이가 2.2~2.5m까지 자란다. 아모이호랑이라고도 한다. 1950~1960년대 중국 정부가 해로운 짐승으로 규정하고 수 천 마리를 마구잡이로 사살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현재 살아남은 야생 개체 수는 20~30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말레이호랑이는 타이, 미얀마, 중국 남부,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에 서식하는 호랑이다. 몸길이가 2.3~2.8m까지 자란다. 야생에 1000여마리 이상이 생존해 있다. 

자바호랑이의 마지막 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DB 제공)/뉴스펭귄
자바호랑이의 마지막 사진. (그린포스트코리아 DB 제공)/뉴스펭귄

◇사라진 호랑이들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호랑이들이 있다.

카스피호랑이는 페르시아호랑이, 카스피해호랑이라고도 한다. 카스피해 남안, 이라크, 터키, 카자흐스탄, 러시아, 몽골 등 중동 일부 지역과 중앙아시아에 걸쳐 살고 있었다. 시베리아호랑이 다음으로 체격이 커 수컷의 경우 3m 이상까지 자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턱과 가슴에 긴 갈기가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890년대만 해도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으나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으로 2003년 멸종했다. 현재 여러 국가가 연합해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DNA 조사 결과 시베리아호랑이와 매우 흡사한 종으로 밝혀졌다.

자바호랑이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살았다. 다른 호랑이에 비해 크기는 작으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개발과 서식지 파괴, 사냥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1980년대에 멸종했다. 마지막 자바호랑이는 굶어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뱃속에서 뱀 1마리와 딱정벌레 1마리가 발견됐다. 발리호랑이와 함께 수마트라호랑이의 아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리호랑이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살았던 호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호랑이종 중 가장 크기가 작다.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사냥으로 1937년에 멸종했다. 1970년대까지 목격담이 나왔으나 생존이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자바호랑이와 마찬가지로 수마트라호랑이의 아종이라는 주장이 있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