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서 사라진 노란 뚜껑, 그런데 말입니다...

  • 이후림 기자
  • 2021.09.19 00:05
통조림햄과 플라스틱 노란 뚜껑 (사진 이후림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연일 거세지는 '친환경' 화두에 식품업계 역시 추석을 앞두고 친환경 포장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과대 포장 줄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기업 측에 제품 친환경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친환경 제품 제작 및 공정을 넘어 광고, 포스터, 마케팅 기법까지 친환경 메시지 전하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조림햄 노란뚜껑 실제 용도를 밝혀 화제가 됐다. 조리 후 남은 햄을 보관하는 용도일 것이라고 생각한 노란 뚜껑이 사실은 유통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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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전 세계 모든 통조림햄 세트 격이라고 생각한 노란뚜껑이 유독 한국 제품에만 달려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환경단체 주도 하에 '노란뚜껑 반납' 캠페인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요구 덕에 제조사들은 하나 둘 노란뚜껑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 국내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스팸으로 구성한 선물세트 2종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요구에 부응한 기업 태도에 소비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마트에 진열된 통조림햄 개별제품 (사진 이후림 기자)/뉴스펭귄

그러나 한시뿐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 믿었던 무(無)뚜껑 통조림햄은 마트 코너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마트 자체 기획상품이나 오프라인 판매사이트서 뚜껑 없는 통조림을 이따금씩 볼 수 있었으나 흔히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명절이 돌아오자 식품업계는 또다시 '친환경 제품 홍보'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추석 스팸선물세트 전체 물량 중 90%를 '뚜껑없는 스팸'으로 구성했고, 사조대림은 자사제품 안심팜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한 추석선물세트 '뚜껑없는 안심팜'을 새롭게 선보였다.

동원F&B는 선물세트 1종 내 리챔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으며 롯데푸드 역시 로스팜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한 선물세트를 내놨다.

이번 명절세트 속 통조림햄 무뚜껑 '친환경 바람'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CJ제일제당 (스팸)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뚜껑없는 스팸 추석선물세트 (사진 CJ제일제당)/뉴스펭귄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5일 뉴스펭귄에 "스팸 뚜껑을 정확히 언제까지 없애겠다고 이야기할 수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캡을 없애기는 할 것"이라며 "애초에 캡은 유통과정 중 파손될 우려 때문에 씌운 것이다. 캡이 없더라도 식품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관련 유통 테스트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시적인 추석선물세트 외 뚜껑 없는 스팸 출시가 아직 멀었냐는 질문에는 "통조림캔을 살펴보면 유난히 제품 뚜껑 부분이 가장 얇은 것을 볼 수 있다. 캔은 외부 공기를 차단해 내용물 부패를 막기 위한 용도인데,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그때부터 부패가 시작된다. 식품안전 이슈 때문에 개별제품에는 당장 적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선물세트의 경우 외부 포장재 덕에 제품이 파손될 우려가 적다는 것.

이에 CJ제일제당은 스팸 뚜껑을 100% 제거하기 위해 유통과정 중 적재방식을 달리하거나, 변경된 적재방식에 따라 제품 디자인을 바꿀 용의도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해외에서 유통되는 스팸 제품 대부분이 무뚜껑이라는 점 역시 인정했다.

이어 "내년 추석부터는 명절 선물세트 내 스팸은 100% 뚜껑 없는 제품으로 선보일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모든 스팸 제품 캡을 반드시 제거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조대림 (안심팜)

사조대림이 출시한 뚜껑없는 안심팜 추석선물세트 (사진 사조대림)/뉴스펭귄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뚜껑없는 안심팜 세트를 내놓은 사조대림은 개별상품 역시 뚜껑없는 제품으로 변경할 계획은 있으나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16일 답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출시를 준비 중이기는 하나, 시기는 여전히 미확정이며 여부도 불투명하다.

당장 개별제품으로 확대할 수 없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뚜껑없는 안심팜 개별제품 확대방안은 내부 논의와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자사 무뚜껑 제품은 이번 추석선물세트를 통해 처음 시도해 본 것일뿐, 결과는 추후 소비자 반응이 나와봐야 알게 될 것"이라는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결국 유독 소비자 관심도가 높은 추석선물세트를 겨냥한 친환경 마케팅이었던 것.

 

동원F&B (리챔)

동원F&B가 출시한 뚜껑없는 리챔 추석선물세트 (사진 동원디어푸드)/뉴스펭귄

리챔 관계자에 따르면 당사 추석선물세트 200종 중 뚜껑을 제거한 세트는 6종에 불과해 비중으로 계산했을 때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구체적 계획은 있다. 

당사는 무뚜껑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자재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리챔 측은 "지난 설에 플라스틱을 덜은 '레스플라스틱(Less Plastic)' 제품을 3종 출시했고, 이번 추석에는 종류를 늘려 총 6종을 출시했다. 수량은 설 연휴에 비해 10배 정도 늘렸다"면서 "전체 세트 비중으로 봤을 때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무뚜껑 제품을 확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16일 전했다.

무뚜껑 리챔 개별제품 역시 정확한 출시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포장 과정에서 필요한 생산설비를 새로 도입하는 등 거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어 "자사가 레스플라스틱 생산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을 절감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로스팜)

통조림햄 플라스틱 캡과 트레이를 제거한 로스팜 추석선물세트 (사진 롯데푸드)/뉴스펭귄

롯데푸드는 최근 소비자로부터 플라스틱 감축 요구를 받고 있을뿐더러 회사 내부적으로 친환경적 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추세에 따라 개별 로스팜 제품에서도 플라스틱 뚜껑 제거 방안을 다방면적으로 검토 중이다.

당사는 통조림햄을 캔이 아닌 보다 친환경적인 새로운 용기에 넣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이나 진행되고 있는 단계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이번 추석패키지로 출시된 선물세트 34종 전부를 친환경 포장재로 개편 후 출시했다"면서 "패키지 내부 플라스틱 트레이와 햄뚜껑을 전면 제거했고 기존 부직포로 만들던 선물세트 가방 역시 친환경 종이로 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사에 따르면 케이스와 가방에 인쇄되는 내용도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오염물질을 줄이고 재활용을 용이하게 했다.

관계자는 "캔햄은 유통과정 시 작은 파손이라도 날 경우 곰팡이가 쉽게 피거나 변질될 우려가 많은 제품"이라면서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변질이 일어날 경우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 검토와 논의를 통해 내구성이 보장되는 선에서 플라스틱을 점차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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