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100년만에 절멸한 ‘날지 못하는 새’의 운명

  • 홍민영 기자
  • 2019.05.09 17:45

천적 없는 평화로운 섬에서 날 필요없이 행복했던 새, 도도(Dodo)
인간에게 발견된지 100년만에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참혹사'의 주인공

도도새(사진 'Pixabay')/뉴스펭귄

'도도(Dodo)새'는 인도양 모리셔스섬에 살았던 새다. 1500년대 초반 모리셔스를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은 이 섬을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삼았다. 

1598년 모리셔스섬에 기항했던 네덜란드인의 기록에 의해 도도새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 새는 칠면조보다 큰 덩치와 커다란 머리, 두꺼운 두 다리를 갖고 있었다. 날개는 퇴화해 사라졌다. 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리셔스에는 도도새의 천적이 될 수 있는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평화에 익숙해진 이 새는 지면을 느릿느릿 걸어다녔고 처음 보는 선원들에게도 별 경계심 없이 접근했다. 포르투갈어로 ‘바보’ 또는 ‘느림보’를 뜻하는 ‘도도(dodo)’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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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선원들은 이 새를 사냥해 식량으로 삼았으나 고기가 딱딱한데다 지독하게 맛이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은 도도새를 “더러운 새”, “싫은 새”라고 부르기도 했다. 

도도새 스케치(사진 'Biodiversity Heritage Library')/뉴스펭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의 도도새 사냥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단순히 재미 삼아 새를 죽였다. 유럽에 싣고 가 구경거리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유럽인의 배가 정박한 이래, 도도새의 개체 수는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선원들이 데리고 온 개, 돼지, 쥐 등 모리셔스섬에 없었던 다른 동물들이 인간과 '합세해' 도도새의 생존을 위협했다. 도도새는 지면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었는데, 인간들과 동물들은 쉽게 도도새의 알을 훔쳐 먹을 수 있었다. 개발로 숲이 불태워지면서 서식지도 점점 줄었다.

도도새는 1681년의 목격담 이후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 완전히 멸종해버린 것이다. 지금은 스케치나 신체 일부만 간신히 남아 있다. 영국에 박제가 보관돼 있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1755년 소각 처리됐다.

도도새가 사라지면서 모리셔스섬에 서식하고 있던 나무도 번식 위기를 맞았다. 이 나무의 열매는 도도새의 소화기관을 거쳐 발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도도새 절멸 후 나무는 오랫동안 발아하지 못하다가 칠면조를 통해 다시 번식하게 됐다.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도도새(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풍요로운 숲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도도새를 멸종으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무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당시 유럽인들은 세상의 모든 생물과 자원을 ‘이용 가능한 것’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그 자체의 가치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도도새를 포함해 모리셔스섬에 서식하던 45종의 조류 중 24종이 멸종했다. 

도도새의 멸종은 이러한 무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가장 잔인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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