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처럼 쏙쏙~' 바다 위 쓰레기통을 아시나요?

  • 남주원 기자
  • 2021.09.19 00:05
(사진 Seabin Project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육지에는 쓰레기통이 있는데 바다에는 왜 없을까?"

바다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물건 '씨빈(Seabin)'은 이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탄생했다.

호주에서 보트 제작자로 일하던 앤드류 터튼(Andrew Turton)과 피트 세글린스키(Pete Ceglinski)는 해양 정화를 위해 2015년 바다 위 쓰레기통을 개발했다. 씨빈은 이름 그대로 '바다 쓰레기통'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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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볼 수 있듯 씨빈은 바다 위를 떠다니며 페트병, 비닐봉지,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와 기름을 쏙쏙 빨아들인다. 다만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항구 선착장 및 마리나, 요트 클럽 근처 등 수면이 상대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환경에 설치된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씨빈에는 선착장이나 플로팅 도크(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바지선 형태 대형 구조물) 등으로부터 연결된 펌프가 있는데, 110V 또는 220V 전력에 연결된 이 펌프가 물을 빨아들이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와 기름을 함께 흡입한다.

씨빈에는 쓰레기를 분리시킬 수 있는 그물망이 있으며 기름과 세제를 따로 걸러내는 필터도 장착할 수 있다. 쓰레기가 다 모이면 사람이 비워주기만 하면 된다. 

(사진 Seabin Project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Seabin Project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씨빈은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2mm 이하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해 하루에 약 3.9kg, 연간 1.4t의 파편을 수거한다. 씨빈으로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 플라스틱 파편, 식품 포장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씨빈은 연중무휴 24시간 작동할 수 있다. 2021년 9월 기준 현재 전 세계 곳곳에 860개가 설치돼 매일 3612kg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씨빈으로 수거된 쓰레기는 현재까지 총 220만 9776kg에 달한다.

(사진 Seabin Project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씨빈에 대한 네티즌 의견은 극명하게 나뉜다. 한 쪽에서는 "취지가 멋지고 기발한 발명품", "해양 쓰레기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아이디어가 좋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되면 생태계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결국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려고 전력이 소모되는 것", "비효율적이고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그냥 배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쓰레기 건지는 것보다 뭐가 나은지 잘 모르겠다", "물고기가 함께 빨려들어가진 않을까 걱정된다" 등 날선 목소리를 냈다. 

다만 앤드류 터튼과 피트 세글린스키에 따르면 4년간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 씨빈에 물고기가 흡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두 남성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단순 씨빈을 뛰어넘어 올해는 디지털 혁신을 꿈꾼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들은 씨빈을 모바일,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 인공지능 등과 연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이어 "(궁극적인 목표는) 씨빈이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라며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해양 쓰레기는 애초에 물속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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