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으로 위기 알려주는 물고기 발견

  • 권오경
  • 2019.04.30 14:17

신호 받은 물고기들 ‘똘똘’ 뭉쳐 포식자 회피
낯 익은 집단신호일수록 강력한 단결력 보여

동료 물고기가 분비한 화학적 경계경보를 감지하고 북아메리카 소형 잉어과 어류가 대피하고 있다 (사진 캐서린 페더로프)/뉴스펭귄

포식자를 만난 물고기가 화학물질을 분비해 동료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물생태학 저널’은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소형 잉어과 물고기인 패트헤드 민노(학명 Pimephales promelas)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케빈 바이로스-노바크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생물학자는 “이 물고기는 위험을 느끼면 내빼기, 얼어붙기, 뭉치기 등의 행동을 하는데 이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물고기가 분비한 경고 화학물질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우발적 신호 말고 포식자를 본 물고기가 자발적으로 내보내는 신호도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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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경고 화학신호는 '오줌'을 통해 전달된다. 포식자에게 쫓길 때뿐 아니라 짝짓기 페로몬 방출, 지배 과시, 친족이나 친구 구별도 오줌 신호로 이뤄진다.

연구팀은 패트헤드 민노를 주 먹이로 삼는 강꼬치의 모형을 만들어 페트헤드 민노가 화학물질을 방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물을 여러 집단의 물고기에 흘려보내 반응을 비교했다.

이 신호를 감지한 물고기는 한 곳에 몰려 포식자에 대비했다. 연구팀은 물고기들이 얼마나 ‘똘똘’ 뭉치는지를 기준으로 신호의 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포식자 모형에 놀란 무리가 분비한 물질은 강한 집단을 형성하게 한 데 비해 홀로 놀란 물고기에게서 나온 화학물질은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홀로 있던 물고기가 신호를 내 봐야 포식자에 쉽게 들킬 뿐이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도 신호는 달라졌다. 낯 익은 집단의 신호를 감지한 물고기는 강하게 뭉쳤지만, 낯선 물고기의 신호에는 단결력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호는 주로 친한 동료를 향한 것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로스-노바크는 “이 물고기는 친근한 동료와 함께 있을 때 가까운 물고기끼리 뭉치게 하는 신호를 훨씬 많이 낸다”며 “뭉치는 전략은 포식자로부터 잡아먹히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집단의 밀도가 문턱 값 이하로 떨어지면 집단을 지키는 위험 신호가 줄어들어 지역적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위적 오염이나 낚시 등 레저활동도 물고기의 위험 신호를 가리거나 흉내 내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물고기의 화학적 경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고기가 위험을 알리는 화학물질을 어떻게 방출하는지, 그 조성은 무언지, 다른 어종은 얼마나 그런 단서를 이용하는지 등에 관해선 심화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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