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바닷속 소음공해, 청각기관 없는 해초도 괴롭다

  • 이후림 기자
  • 2021.08.04 12:16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사진 바르셀로나대학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소음공해에 청각기관 없는 해초도 고통받는다.

윙윙거리는 프로펠러부터 석유를 찾는 데 사용하는 공기총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바다에서 다양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그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이 생성한 소음공해가 고래, 물고기, 가리비를 비롯한 해양동물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해양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연구된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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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탈루냐공과대학교 응용생체음향학 미셸 앙드레(Michel André) 교수 연구팀은 지중해에 서식하는 해초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가 저주파 인공음에 단 2시간 노출됐을 때 심각한 손상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상은 중력을 감지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부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해양식물에는 두족류가 청각기관 대신 가지고 있는 '평형포'(statocyst)는 없지만 '아밀로플라스트'(amyloplast)라고 하는 매우 유사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평형포는 일반적으로 두족류 균형과 방향에 사용되는 감각기관으로 인간 내이와 유사하게 소리로 해석되는 진동파를 감지한다. 산호에서 해파리에 이르기까지 수천 마리 해양동물은 이 평형포를 가지고 있다.

해초는 평형포 대신 '아밀로플라스트'로 인간이 생성한 광범위한 소음공해 영향을 받는다. 아밀로플라스트는 중력 감지 세포 구조로 수중 식물 뿌리를 아래쪽으로 생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사진 스페인 이비사시)/뉴스펭귄

연구팀은 50~400Hz 주파수로 만든 저주파 혼합 인공음을 해초에 노출시킨 결과 해초가 단 2시간 만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자 현미경을 통해 해초 뿌리와 뿌리줄기 내부 아밀로플라스트를 조사한 결과 내부 뿌리 전분 손상이 심각했으며 이후 5일 동안 점점 악화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분 수준이 떨어질 경우 영양소 흡수 능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해양 생태학자 오로라 리카트(Aurora Ricart) 박사는 "해초 중 특히 포시도니아는 대기 중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소리가 이들 전분에 영향을 미친다면 탄소 포집을 하는 식물 역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시도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후위기 해결사로 꼽히는 해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 카를로스 듀어티 교수는 이 해초를 '생물권 탄소 포집 챔피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스페인 발라아레스제도에 있는 포시도니아 군락지 탄소 포집 능력은 아마존 숲보다 무려 15배 많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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