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바른 포도? 기후재앙에 특단 조치 내린 미국 와이너리 상황

  • 이후림 기자
  • 2021.07.20 17:48
강한 열에 말라버린 포도 (사진 JCS Marketing 보도자료, George Zhuang)/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와인생산지를 강타한 기후재앙에 특단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최상급 와인을 제조하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불어닥친 기후위기 탓에 와인 생산자들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파밸리는 지난해 9월 산불 재해로 와인 제조시설이 대거 소실됐으며 11월에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포도들 역시 산불 연기 영향으로 망가지면서 와인 생산에 실패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설상가상으로 그해 겨울에는 건조한 기후에 저수지가 말라 농사지을 물이 부족했다. 보험사들마저 너 나 할 것 없이 불타버린 와이너리를 더 이상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화재 연기는 포도 껍질에 침투해 레드와인 맛과 색상을 좌우한다. 껍질을 사용하지 않는 화이트와인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시장 요구와 충돌한다. 나파밸리에서 최고로 치는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레드와인)이기 때문이다.

나파밸리 와인 생산자들은 점점 조여오는 기후재앙에 포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오수를 걸러내 소독한 물을 농지에 공급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불타고 있는 와이너리 (사진 Cowgirl Creamery 페이스북)/뉴스펭귄
자외선 차단제가 뿌려진 포도 (사진 JCS Marketing 보도자료)/뉴스펭귄

이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포도 덩굴에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일부 포도는 뜨거운 온도에 검게 변하고 줄어들어 사실상 터무니없이 비싼 '건포도'가 됐다.

와인 생산자들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는 행위는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조치다. 비용이 조금 더 드는 전략은 천으로 그늘을 만들어 포도나무를 덮는 것이다.

농업에 사용할 물이 없어 오수를 걸러내 사용하는 소독물은 트럭 1대에 6.76달러(약 7800원)로 저렴하지만 비싼 운송 비용이 문제다. 물을 싣는데만 140달러(약 16만 원)가 소요돼 궁극적으로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비용을 한참 초과한다.

나파밸리에서 포도원을 운영하는 다리오 사투이((Dario Sattui)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생산에 힘쓰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절망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후위기가 지속된다면 아마 우리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