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여? 먹어? 의문 가득한 '옥수수 전분 완충재' 폐기법

  • 임병선 기자
  • 2021.07.17 00:00
해외 옥수수 전분 완충재 제품 (사진 Amazon.com 제품설명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임병선 구성ㆍ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완충재입니다. 흙에 폐기하면 미생물에 의해 며칠 안에 완전히 분해되고 태우거나 녹여도 유해 물질이 나오지 않아요. 혹시 아이들이 있다면 물을 묻혀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놀 수 있어요. 물에 녹이거나 화분에 거름으로 사용하세요

인터넷 쇼핑 업계에도 제로웨이스트 바람이 불면서 비닐 에어캡 대안으로 옥수수전분 완충재가 떠올랐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와 같은 문구를 내걸며 환경을 위한 선택을 했음을 알리는 등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마다 일반 쓰레기로 버리거나, 물에 녹여 하수로 흘려보내라는 등 서로 다르게 안내해 소비자들은 옥수수 전분 완충재 폐기 방법에 혼란을 느낀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옥수수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100% 식물성인가요?", "옥수수 전분 완충재에도 석유 추출물이 섞였나요?", "첨가물이 공업용이면 화분에 물처럼 주는 것도 부적절하지 않나요?", "옥수수 전분 100%이면 먹어서 없애도 될까요?"

실제 옥수수 전분 완충재 폐기 방법을 고민한 소비자 질문이다. 

옥수수 (사진 Pixabay)/뉴스펭귄

국내 한 옥수수 전분 완충재 업체 측은 "옥수수 전분 완충재는 100% 옥수수는 아니며, 첨가제가 포함되지만 모든 원료는 인체에 무해하다"라고 15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아동 교구나 장난감으로 쓰이는 안전 점토 제품과 동일한 원료로 생산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옥수수 전분 완충재를 물에 녹여 하수로 처리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물에 녹여 하수도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압축한 뒤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라고 이날 뉴스펭귄에 말했다. 이어 "전분이 결국 당 성분이기 때문에 수질에는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음식물쓰레기,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세정제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물을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  

국내 유통되는 거의 모든 옥수수 전분 완충재는 국내 생산으로,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외의 경우 옥수수 전분과 플라스틱 원료를 섞어 유통하는 경우가 있다. 플라스틱 원료를 섞은 경우 물에 잘 녹지 않을뿐더러 꼭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옥수수 전분 완충재 업체 측은 플라스틱은 태울 때 고온이 발생해 소각 설비를 망가뜨리고 유해물질이 발생하지만, 옥수수 전분 완충재는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는 이에 대해 "소각장마다 저감장치가 설치돼 있고, 배출 공기는 일정 기준을 준수해야 하므로 소각 시에도 환경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티아라 출신 소연은 옥수수 전분 완충재를 녹여 식물에 붓는 실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화제가 됐다.

택배 박스에 적힌 "물에 녹이거나 화분에 거름으로 사용하세요" 문구를 보고 한 행동이다. 옥수수 전분 완충재를 식물용 비료로 사용하는 건 어떨까?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었다면 결국 유기물질이란 뜻이고 비료로 효능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시험 성적서 등을 받지 않으면 성능을 검증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옥수수 전분 완충재에서 달달한 냄새가 난다며 섭취를 시도한 소비자도 있다. 국내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옥수수 전분 완충재를 먹어봤다는 후기를 전했다. 그는 "맛은 달지 않은 뻥튀기 맛이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다"며 "별 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옥수수 전분 완충재 업체 측에서는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 완충재 업체 관계자는 "식용이 아닌 포장재로 나온 제품이므로 먼지나 각종 이물질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