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회용 생리대' 사용했을 때 벌어지는 일

  • 이후림 기자
  • 2021.06.16 00:05
폐기된 생리대 (사진 Anglia Ruskin University 논문, Dannielle Green)/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이후림 구성ㆍ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초록 들판이 펼쳐진 TV 광고를 보고 나의 첫 월경용품을 선택했던 15살. 그땐 알지 못했다. 내가 사용한 생리대가 숲을 파괴하고 지구 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하는 독성 물질이 됐을 줄.

'친자연 여성용품', '유기농 생리대' 등 환경에 유익한 생리대라며 '친환경'을 내세운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영원히 친환경일 수 없는데 말이다. 

한 사람이 13세부터 50세까지 월경하는 약 37년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는 약 1만 1000개, 이로 인한 폐기물은 200kg이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생리대 생산을 위해 매년 여의도 면적 숲이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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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는 거듭되는 유해성 논란에도 국내 월경 용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는 유기농 순면과 천연 펄프를 이용했음을 강조하며 '친환경 생리대'라는 명칭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국내 한 생리대 제조업체 측은 "환경에 좋은 일회용 생리 패드는 적어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홍보 문구에 '친환경 생리대'라고 쓴 이유는) 몸에 좋다는 것이지 지구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회용 면 생리대나 생리컵이 아니고서야 일회용 생리패드에는 비닐과 접착제가 무조건 첨가될 수밖에 없다. 자연 그대로의 목화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없다"고 털어놨다.

기저귀와 생리대 등을 생산할 때는 접착 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생리혈 샘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폴리에틸렌 필름으로 이루어진 방수막이 들어간다. 일회용 생리대는 영원히 '친환경'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형 브랜드 생리대에는 최대 90%의 플라스틱(비닐봉지 4장에 해당)이 첨가되며 폴리에틸렌 및 기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분해되지 않는다. 매립 시 분해되는 데는 무려 500~600년이 걸린다.

일회용 생리대가 국내에서 연간 약 20억 개 버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월경 용품으로 생산 및 폐기되는 셈이다. 

생리대는 바다에서 발견되는 5번째로 흔한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생리대 폐기물에서 배출되는 마이크로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분해되는 몇 백 년 시간 동안 바다 생물에게 해로운 독성 물질로 작용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Unsplash)/뉴스펭귄

여성을 위한, 지구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은 없는 걸까? 

2021년 기준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을 대체할 가장 친환경적인 대안은 생리컵이다. 생리컵은 기존 월경 용품과 달리 생리혈을 흡수하는 대신 수집한다. 질 내에 삽입해 최대 12시간 동안 착용할 수 있으며 이후 수집한 생리혈을 비운 뒤 깨끗이 씻어 재착용하면 된다. 

생리컵은 여성의 몸을 위해서도, 지구를 위해서도 보다 나은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

생리컵은 염료, 향료, BPA, 프탈레이트, 플라스틱, 표백제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대부분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돼 안전하다. 이외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천연라텍스 및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E)는 모두 생분해 가능한 재료로 알려졌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또한 한번 구입한 생리컵은 최대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권장하는 국내 허가 수입 및 제조 생리컵 사용기간은 2년이다. 

때문에 케냐와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생리컵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 홍보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월경 용품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이점에도 국내 다회용 생리대나 생리컵은 일부 소규모 회사에서 만들어질 뿐 국내 월경 용품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1970년 한국 1호 생리대를 생산한 유한킴벌리에서도 현재까지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 외 월경 용품은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다양한 월경 용품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인 일부 대기업 태도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친환경적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줄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버려진 월경 용품들 (사진 Shri Ramm Inc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생리컵 시장은 2019년 4억 6700만 달러(약 5200억 원)에서 2027년 6억 6160만 달러(7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5.9%의 성장률이다.

국내에서는 6월 기준 총 24개 생리컵 제조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허가받은 24개 업체 중 10개는 수입, 14개 업체는 국내 제조 생리컵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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