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대멸종 당시 상황 ‘순간포착’한 화석층
- 권오경 기자
- 2019.04.15 13:27
충돌지점으로부터 3000km 떨어진 곳에 흔적 남겨
트리케라톱스, 암모나이트 등 고대 동물 골격 발견
공룡 대멸종 사건을 ‘순간포착’한 화석 산지에 대한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미국립학술원회보’(PNAS)는 대충돌 당시의 ‘킬링필드’로 알려진 화석 산지 ‘태니스’를 분석한 미국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최근 게재했다.
여기엔 6600만년 전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를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트리케라톱스, 모사사우루스, 암모나이트 등 고대 동물의 골격은 물론 불에 탄 나무둥치와 부러진 침엽수 가지 등의 흔적까지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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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이끈 로버트 데팔마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이렇게 큰 동물들이 대충돌 경계층에서 떼죽음을 당한 흔적은 여태껏 발견된 바 없다”며 “이는 다른 연령대와 다른 생활사 단계에 있던 수많은 종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은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행성은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떨어졌다. 화석 산지로부터 300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충돌의 충격이 실시간으로 전해진 것은 ‘정진’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진은 지진이나 기압, 풍향의 국소적 기상 급변으로 발생하는 진동 현상으로, 정지상태인 먼 곳에까지 진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규모 9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 때는 30분 뒤 8000㎞ 떨어진 노르웨이에 1.8m 높이의 정진이 나기도 했다.
데팔마는 “대충돌과 함께 규모 10,11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지진파가 10분 안에 태니스에 전달돼 정진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칙술루브에 떨어진 소행성은 지름 150㎞, 깊이 20㎞의 분화구를 바다 밑에 남겼다. 이때 발생한 엄청난 충돌 에너지로 지반의 바위는 순식간에 증발했고, 산산이 조각난 소행성 파편과 함께 대기 속으로 올라갔다. 암석은 대기 속에서 녹아 작은 유리 알갱이(테크타이트)로 굳어 땅 위로 쏟아졌다. 테크타이트가 지상에 도달하는 속도는 시속 160∼320㎞에 이르러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했고, 이는 지구 전역에 산불을 발생시켰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테크타이트는 대충돌이 발생한 지 45분∼1시간 사이에 지상에 마구 뿌려졌다. 리처드 알바레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테크타이트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전부터 이미 태니스엔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면서 “큰 물살이 형성된 퇴적층에 지름 0.2∼1.4㎜의 테크타이트가 초고속으로 떨어진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충돌 현장을 담은 화석층 위에는 충돌 뒤 가라앉은 먼지 등을 포함한 퇴적층이 쌓여 있는데 이곳에서 소행성이나 혜성에는 풍부하지만, 지구에선 발견하기 드문 고농도의 이리듐을 검출했다”며 “이는 이 화석층이 대충돌의 흔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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