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아이' 거미, 멸종 전 한반도에 살았다

  • 권오경 기자
  • 2019.04.05 16:33

고대 거미 시각체계까지 보존한 화석, 한반도서 발견
망막에 광량 증폭하는 반사판 있어 밤 사냥도 '거뜬'

전자현미분석기로 거미 화석을 보면 눈의 반사판이 선명하게 보인다(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지금은 멸종한 ’이글아이‘ 거미가 1억년 전 한반도에 서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 등 한국 연구팀과 미국 지질학자들은 망막에 반사판을 가진 거미 종이 공룡과 함께 한반도에 살았다는 연구내용을 프랑스 과학 학술지 '고생물학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저널에 게재된 이들의 연구내용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0년 경남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사남면에서 벌어지던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건설 현장에서 거미 화석 6점을 발견했다. 거미 화석은 약 1억1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초 퇴적된 개흙층의 굳은 흑색 셰일에서 완벽한 상태로 보존됐다. 셰일층에서는 거미와 함께 식물, 물고기, 조개, 곤충의 화석이 들어있었다. 그 가운데 곤충이 3000여 점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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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화석에서 총 8종의 거미를 확인했다. 그 중엔 눈이 빛나는 거미종(학명 Koreamegops samsiki)도 있었다. 연구를 이끈 박태윤 박사는 “여러 쌍의 눈 가운데 한 쌍이 유난히 크고 특히 망막 안쪽엔 카누 모양의 반사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공 속에 있는 ‘타피텀’이란 반사판은 고양이나 올빼미 등 야행성 동물의 눈이 밤에 빛나는 이유다. 이 반사판은 동물이 어두운 곳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망막을 통과해 들어온 빛을 반사해 광량을 증폭한다.

박 박사는 “이 거미는 다른 거미보다 큰 눈과 타피텀을 갖고 있어, 야간 먹이 사냥에 큰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길이 2∼5㎜인 이 소형 거미는 그물을 치지 않고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깡충거미'와 생태적으로 비슷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거미는 단단한 골격이 없기 때문에 화석으로 발견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연구팀이 거미 화석을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었던 건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거미 사체 주변에 미세한 점토가 쌓이면서 공기가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나탄 모어하우스 미국 신시내티대 생물학자는 “발견된 화석에 거미의 시각체계까지 보존돼 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며 “타피텀을 단서로 이 고대 야행성 사냥꾼의 생활방식을 상상하는 일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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