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 죽일 사람 모집' 공고에 벌어진 기막힌 상황

  • 남주원 기자
  • 2021.05.10 11:59
미국들소 (사진 NPS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들소 사냥' 모집 공고에 무려 4만5000명 이상이 지원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그랜드캐니언에서 들소 개체수가 급증하자 제어 조치에 나섰다. 일명 '바이슨(Bison)'이라고 불리는 이 들소들을 죽이기 위한 12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단 12명을 뽑는 해당 공고는 불과 이틀 만에 4만5040명이라는 지원자 숫자를 기록하며 마감됐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국립공원 측은 그랜드캐니언 노스림에 서식하는 들소가 지나치게 많다며 약 200마리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노스림에는 약 600마리의 들소가 살고 있다.

그들은 들소 떼가 종종 수자원과 초목, 토양을 망치고 고고학 유적지를 짓밟는다고 설명했다. "들소 개체수를 줄여 공원 생태계와 자원 및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NPS 측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지원자 가운데 25명이 우선 선발될 예정이다. 이후 사격을 포함해 실력을 검증받은 12명의 최종 자원봉사자에게는 들소를 죽일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실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이번 행사를 '사냥'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국립공원에서는 사냥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PS 측은 자동차나 가축 등 운송 수단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는 들소를 죽인 후 어떠한 수송 장비의 도움 없이 직접 들소 사체를 옮겨야만 한다. 들소 몸무게는 한 마리 당 약 900kg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조치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회색늑대 개체수를 줄이는 정책을 펼쳐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서부 아이다호 주 상원이 해당 주에 서식하는 늑대 수를 1556마리에서 150마리로 90% 이상 줄이는 법안을 승인한 것이다.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사냥꾼들은 약 1000마리에 달하는 늑대 무리를 죽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들소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아메리카들소(American Bison)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종으로 등재돼 있다. 

준위협종은 당장 멸종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지만 근시일 내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관심이 크게 필요한 종이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