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수소 연료' 이퓨얼이 뭐지?... "과도한 기대는 아직"

  • 임병선 기자
  • 2021.05.10 08:00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만든 친환경 연료 이벤진, 휘발유를 대체 가능하다 (사진 Audi)/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존 내연기관을 활용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의 수소 연료'가 개발됐지만 아직은 경쟁력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다란 엔진이 달린 비행기는 아직 전동화가 어렵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전지를 충전해 모터를 돌리는 전기 장치는 질량 대비 에너지 효율이 내연기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소에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한 친환경 연료 이퓨얼(e-Fuel)이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퓨얼은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를 활용하던 기존 내연기관을 구동하는 데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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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친환경 연료 이퓨얼 연구회를 발족하고 기술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이퓨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다.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는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이디젤(e-Diesel)과 휘발유를 대체하는 이벤진(e-Benzin) 자체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독일 스포츠카 업체 포르쉐도 2022년부터 자체적으로 이퓨얼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퓨얼에 과도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Climate Impact research)는 이퓨얼을 비롯한 수소 기반 연료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에너지 효율이 낮고 경쟁력 확보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난 6일(현지시간) 밝혔다. 최근 연구소 측 연구진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했다.

(사진 Audi)/뉴스펭귄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팔코 외케트(Falko Ueckerdt) 박사는 "이퓨얼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생산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지면) 결국 석유와 천연가스를 태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또 아직 이퓨얼의 에너지 효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들 계산에 따르면 이퓨얼로 자동차를 운행했을 때 일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에 비해 5배 많은 전기가 필요했다. 또 보일러가 동일한 온기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이퓨얼의 양은 난방 장치의 일종인 '열 펌프'로 발전할 때에 비해 최소 6배에서 최대 14배까지 필요했다. 

(사진 Audi)/뉴스펭귄

게다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수소가 아니라면 이퓨얼의 친환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폴 셰허 연구소 호메인 자키(Romain Sacchi)는 "2018년 독일 전력원 비율로 계산하면 자동차, 트럭, 비행기에서 수소 기반 이퓨얼을 사용했을 때 화석연료 대비 3배에서 4배가량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가 장착된 전기자동차와 전기트럭도 배터리 생산과 폐기 과정까지 고려하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양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데, 전기자동차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수치다.

앞서 친환경 운송수단 연구 단체 ICCT(the 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는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72%인 데 반해 이퓨얼은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 ICCT)/뉴스펭귄

논문 저자 군나 루드허(Gunnar Luderer)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소 기반 연료는 장기적으로는 유망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고밀도의 에너지를 가진 이퓨얼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퓨얼 가격이 빠르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1t당 800유로~1200유로(108만 원~162만 원)에서 2050년 쯤에는 20유로~270유로(2만7000원~36만5000원)까지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루드허는 "그러므로 우리는 장거리 항공, 화학 생산 시 원료, 철강 생산 등 수소 기반 연료를 사용할 특정 분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값이 비싸고 생산이 어려운 이퓨얼을 전동화가 이미 이뤄진 자동차보다 비행기와 같은 다른 분야에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소전기자동차도 수소 생산 방식으로 인해 현재는 친환경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소전기자동차는 수소 기반 연료를 쓰는 자동차와는 달리 순수한 수소를 충전해 차량 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로 발전하는 방식이다.

수소는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전기분해하는 친환경적 방법을 쓰더라도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얻어진 전기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친환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 이상적인 방법이고 '그린수소'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린수소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대량 생산이 어려운 데다가,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국내에서 5%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다. 국내 기업 현대중공업은 그린수소 생산용 해상 플랜트 개발에 나서는 등 인프라 구축에 발을 뗐다. 지난 6일(한국시간) 문재인 대통령 정부도 올해 안에 그린수소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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