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꼬닥' 입 벌리고 혀 내밀고... 포식자 앞 죽은 척하는 동물들, 성공가능성은?

  • 이후림 기자
  • 2021.04.22 12:36
남부노랑부리코뿔새 앞에서 죽은 척 장난치는 몽구스 (사진 Safari Live 페이스북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동물들이 포식자를 회피하기 위해 진화시킨 모든 방법 중 가장 창의적이고 위험한 행동은 바로 '깨꼬닥' 죽음을 가장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긴장성 부동화'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공포 때문에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꼼짝 못 하는 상태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죽은 척' 하는 행동으로 조류에서 포유류,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동물계 전역에서 발생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다큐멘터리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가장 잘 알려진 긴장성 부동화 행위는 버지니아주머니쥐의 소름 끼치는 죽음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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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머니쥐는 포식자 앞에서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장을 비우고 심지어 악취가 나는 액체를 배설해 본인을 먹기에는 시간이 한참 지났음을 상대에게 확신시킨다. 생존을 위한, 웬만한 배우 저리 가라는 완벽한 죽음 연극인 셈이다.

이 외에도 기니피그와 토끼, 뱀과 메추라기, 닭 및 야생 오리 등이 생존을 위해 명연기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긴장성 부동화 상태에 있는 레몬상어 (사진 Research Gate 보고서)/뉴스펭귄

일부 상어는 등을 밑으로 향하고 배가 위를 향하는 척을 하기도 한다. 상어가 죽었을 때 모습 그대로다. 모메뚜기과는 다리를 여러 방향으로 튀어나오게 연기해 포식자 개구리가 본인을 삼킬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신기한 점은 많은 곤충들이 포식자가 이들을 잡은 이후 죽음을 가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동이 이들에게는 살기 위한 절박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접촉 후 죽음을 가장하는 행위는 비자발적인 생리적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생물학자 아나 센도바-프랭크스(Ana Sendova-Franks) 교수는 "접촉 후 부동은 눈에 띄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잠시 얼어붙는 것과는 다르다"며 "심박수가 낮아지는 등의 비자발적인 생리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죽은 척하는 나비 (사진 Animalogic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렇다면 포식자를 향한 이들의 '사기 행각'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영국 세인트앤드류대학교 과학자 험프리스(Humphreys) 박사는 "도망을 마지막 방어수단의 최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죽은 척하는 편이 추가 공격의 가능성을 낮춰 이들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고 전했다.

포식자는 잡은 먹이가 이미 죽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해 한눈을 팔거나 새로운 먹이를 찾아 사냥 장소를 떠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험프리스는 "'가짜 죽음 연극'이 마지막 기회라고 불리는 이유"라며 "움직이는 것은 죽음을 보장하지만 죽은 척하는 것은 일말의 생존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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