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새 300만마리 '감전사'...스페인 환경부, 전력사 상대 소송

  • 이후림 기자
  • 2021.04.19 17:58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한 해 새 300만 마리가 감전사 하는 스페인에서 전력사 한 곳이 생태범죄 혐의로 정부에 의해 피소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환경부장관 안토니 펠레그린(Antoni Pelegrín)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혐의(생태범죄)로 스페인의 대형 전력사 엔데사(Endesa)를 고소했다. 이에는 엔데사의 고위 경영자 6명도 포함됐다. 

스페인 환경부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황새, 독수리, 송골매 등 멸종위기종 255마리가 감전사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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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펠레그린은 "환경부가 2013년 해당 전력사 전력선이 법적 요건을 준수하도록 보장할 계획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마주하고 효과적인 계획을 수행하라는 요구와 반복적 통보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조금씩 조정했을 뿐 아무런 대책을 내지 않았다"고 엔데사의 '나 몰라라' 행태를 꼬집었다.  

매체에 따르면 전선에 의한 조류 감전사는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스페인에서는 보다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이베리아반도와 지브롤터 해협이 주요 조류 철새 경로 중 하나에 있으며 매년 수백만 마리 새가 피레네산맥을 횡단하기 때문이다.

황새 (사진 Pixabay)/뉴스펭귄

스페인 조류학협회(SEO)에 따르면 감전사는 검독수리와 흰배줄무늬수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며 매년 이로 인해 스페인에서만 3만 3,000마리의 맹금류가 희생된다. 

특히 전선은 몸집이 작은 새보다 큰 새들에게 더욱 위협적이라고 알려졌다. 큰 종들의 날개가 전선에 닿을 가능성이 보다 높기 때문이다.

조류학협회 보존 책임자 니콜라스 로페즈(Nicólas López)는 "스페인에는 수천 개의 위험한 타워뿐 아니라 약 100만km의 전기 케이블이 있다"며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300만 마리에 육박하는 새가 감전사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1980년대부터 감전사를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할 문제와 조치에 대해 고시했지만 해당 전력사는 여전히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토니 펠레그린은 "이번 소송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 규정을 준수하는 데 적극 나서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전선에 의한 조류 감전사 대책 방안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천연기념물 황새가 방사 3주 만에 감전사한 사건에 대해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황새와 같은 대형조류는 전선에 의한 감전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설비 등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아도 될 개체들이 감전사로 죽어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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