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남극 빙붕 3분의1 붕괴될 수 있다

  • 남주원 기자
  • 2021.04.14 13:26
손실된 남극 빙붕 (사진 NAS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기후위기로 남극 빙붕의 3분의1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 등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8일(현지시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주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4도 높아질 경우 남극 전체 빙붕 가운데 34%가 녹을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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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애들레이드섬 빙붕 가장자리 (사진 NASA)/뉴스펭귄
남극 론 빙붕 가장자리 (사진 NASA)/뉴스펭귄

빙붕은 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연중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는 곳을 일컫는다. 남극대륙으로 접근하는 난류의 흐름을 막아 빙하의 형태를 유지하며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를 이끈 레딩대학교 기상학과 엘라 길버트(Ella Gilbert) 박사는 "빙붕은 남극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한다"라며 "빙붕이 무너지면 마치 병에서 코르크 마개를 제거하는 것과 같아, 빙하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많은 물이 바다로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섭씨 4도가 아닌 2도로 제한할 경우 빙붕이 녹는 지역이 절반으로 줄어둘고 상당한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최첨단 고해상도 지역기후 모델링 기술을 사용해 기온이 섭씨 1.5도, 2도, 4도 올랐을 경우에 대해 각 시나리오별로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와 빙붕 손실 속도 등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위 3개의 시나리오 모두 이번 세기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 파인섬 빙하의 빙붕 균열 (사진 NASA)/뉴스펭귄
남극 파인섬 빙하의 빙붕 균열 (사진 NASA)/뉴스펭귄

빙붕의 붕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다. 2002년에는 남극 라르센B(Larsen B) 빙붕이 수년간 지속된 따뜻한 여름 기온으로 인해 당시 수십억t의 얼음이 바다로 무너져 내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지구가열화로 인해 빙붕 하부에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 얼음층이 녹아 물골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빙붕 상부에도 균열이 생기게 되는데, 그 틈이 점차 벌어지고 빙붕 두께는 점점 얇아져 결국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극의 라르센C(Larsen C), 섀클턴(Shackleton), 파인섬(Pine Island), 윌킨스(Wilkins) 등 지역에 있는 4개의 빙붕이 붕괴될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길버트 박사는 "지구 기온이 현재 속도로 계속 상승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더 많은 남극 빙붕을 잃을 수 있다"면서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일은 지구 해수면 상승을 막는 것을 의미하므로 남극 대륙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극 라르센B 빙붕 붕괴 (사진 NASA)/뉴스펭귄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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