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열화 때문에...' 바다거북 알 챙겨가는 사람들 정체

  • 임병선 기자
  • 2021.04.18 00:00
새끼 푸른바다거북 (사진 Veronica Joseph/WWF Australia)/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멸종위기 푸른바다거북 알을 시원하게 만들어 개체수 절벽에서 구해내려 하고 있다.

호주 퀸즐랜드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 위치한 밀맨 섬 해변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이 알을 낳기를 기다렸다가, 알을 낳자마자 홀라당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 Christine Hof/WWF Australia)/뉴스펭귄

이들은 알 도둑이 아니라 푸른바다거북 개체수를 보전하고 생태를 연구하는 '거북 냉각 프로젝트(Turtle Cooling Project)'의 일원이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야생동물 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 호주 지부 활동가들은 120여일 간 1262개 알을 그늘로 옮겨 새끼 거북의 생존률을 높이고 바다거북 생태를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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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거북은 산란기에 해변을 찾아와 굴을 파고 알을 낳는데,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해변 모래의 온도가 올랐고 푸른바다거북 개체수에 위기가 닥쳤다. 

(사진 Melissa Staines)/뉴스펭귄

푸른바다거북 개체수에 위기가 닥친 이유는 지구가열화에 따라 암컷만 태어나고 수컷은 거의 태어나지 않는 '개체군 여성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푸른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이 묻힌 모래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섭씨 29.1도를 기준으로 온도가 높으면 암컷, 온도가 낮으면 수컷으로 태어난다. 지구가열화로 지구 온도가 오르자 그레이트배리어리프 해변 모래 온도가 올랐고, 개체군 여성화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자연기금 호주 지부, 미국 해양대기청 등이 2017년 1월 내놓은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리프에 알을 낳는 푸른바다거북 북부 개체군의 새끼 성비가 암컷 116마리 당 수컷 1마리로 나타났다.

특히 성장기가 끝나가는 푸른바다거북 북부 개체군은 성별 중 암컷 비율이 99.8%까지 증가했고, 이미 다 성장한 거북도 86.8%로 나타났다. 연구 시점 20여년 전부터 개체군 여성화가 진행된 결과다.

바다거북 둥지 내부 (사진 Newport Aquarium)/뉴스펭귄

자연기금 측 활동가들이 바다거북 알을 그늘로 옮겨 관찰한 결과 알이 그늘에 있을 때 새끼 바다거북 생존률이 높아졌고, 수컷 중 80%가 활동가의 도움으로 그늘로 옮겨진 알에서 태어났다. 또 둥지에 물을 뿌려 인공 조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둥지에 묻혀있을 때 비를 맞으면 부화율과 생존률은 더 높아졌다. 

이에 더해 거북 냉각 프로젝트 측은 둥지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부화한 새끼의 걸음걸이 속도가 줄어들고, 그늘진 둥지에서 더 활기를 띠는 새끼가 부화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바다거북 새끼는 부화 직후 포식자를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가는 삶의 과정을 거치고, 활력은 이때 갓 태어난 바다거북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Veronica Joseph/WWF Australia)/뉴스펭귄

하지만 바다거북 알을 인위적으로 그늘로 옮기는 방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푸른바다거북의 개체수를 인간 개입 없이 안정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점점 심화하는 기후위기를 억제해야 한다. 세계자연기금은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부 그레이트배리어 리프에서 암컷 새끼만 남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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