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바닷속에서 곡물을 키운다

  • 임병선 기자
  • 2021.04.12 13:48
해초 속 씨앗이 곡물로 활용될 수 있다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곡물 부족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려 스페인 한 식당은 해초 씨앗에 주목했다.

스페인 남부 소규모 도시 엘 푸에르토 드 산타 마리아(El Puerto de Santa María)에 위치한 식당 '아포니엔테(Aponiente)'는 해초 '조스테라 마리나(학명 Zostera marina)'를 연구한다. 이 해초의 씨앗이 쌀과 밀 대신 인간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조스테라 마리나는 쌀과 비슷한 형태의 씨앗을 틔운다. 아포니엔테는 이 씨앗에 바다의 곡물이라는 뜻을 담아 '세레알 마리노(Cereal Marino)'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를 가공하면 곡물과 비슷한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당 측이 공개한 영양 성분 자료에 따르면 세레알 마리노는 쌀에 비해 높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함량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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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쌀과 세레알 마리아노의 영양 성분 비교표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아포니엔테는 실험을 위해 2017년부터 카디스만에서 3000㎡ 규모의 세레알 마리노 경작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수년간 노력 끝에 조스테라 마리나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찾았다고 최근 발표했으며, 세레알 마리노를 곡물 대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가 연구하고 있다. 

세레알 마리노는 아포니엔테 측 실험을 통해 인위적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토지 1헥타르(㏊) 당 5000kg~7000kg 생산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작물로써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밀과 쌀은 재배지마다 품종의 차이가 커 평균을 통한 경작면적당 생산량을 세레알 마리노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단순 비교는 가능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평균 경작면적당 밀 생산량은 1헥타르당 한국 3907kg, 스페인 3872kg, 중국 5416kg, 미국 3200kg이다. 쌀의 경우 2018년 기준 한국의 경우 1헥타르당 7000kg, 스페인 7696kg, 중국 7028kg, 미국 8621kg다. 단순 비교로만 보면 세레알 마리노의 경작면적당 생산량은 수율이 좋은 편이다.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난이 예상되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지속 가능한 생산이 가능한 식량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레알 마리노를 연구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밀, 쌀 등 곡물은 기원전 9000~8000년 경부터 재배돼, 오랫동안 인류의 식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곡물 수확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이에 더해 곡물을 재배할 비료와 물 사용량이 과도하며, 재배지 확보를 위해 숲이 파괴되는 등 농업이 여러 문제점을 가졌음을 지적받고 있다.

아포니엔테 설명에 따르면 세레알 마리노 재배에는 별도의 비료가 필요하지 않고, 바닷물 순환만 필요하다. 재배용 쌀 품종이 1년생인 것과 달리 조스테라 마리나는 다년생 식물이라 매년 파종할 필요도 없어 경작 시 유지 노력이 땅에서 자라는 곡물에 비해 적게 필요하다.

식당 측은 인간이 해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 기능에도 주목했다. 해초의 경우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주요 흡수원으로 꼽히며, 세레알 마리노를 수확하고 난 뒤 남은 해초 줄기와 잎은 다른 곡물과 비슷하게 짚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 Aponiente Cereal Marino)/뉴스펭귄

사실 조스테라 마리나의 씨앗을 식품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아포니엔테가 처음은 아니다. 멕시코 원주민인 세리 부족이 거머리말 씨앗을 먹거나 말려서 월동 식량으로 쓰고, 혹은 사슴고기를 훈제할 때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내용은 스페인 식민 시절 멕시코 원주민의 삶에 관한 기록을 공동 연구한 환경인류학자 토마스 쉐리단(Thomas E Sheridan)과 식물학자 리처드 스티븐 펠거(Richard Stephen Felger)가 1977년 내놓은 논문에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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