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할리우드식 '클리 파이' 기후 재난 영화가 남기는 것

  • 홍수현 기자
  • 2021.04.09 11:21

[뉴스펭귄 홍수현 기자] "임모탄 님이 날 보셨어"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대사다. 영화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지구. 온 세상은 모래로 뒤덮인 가운데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가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하는 내용을 다룬다. 2015년 개봉해 국내 기준 약 4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지난해 4D로 재개봉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왼쪽부터 매드맥스 분노의도로, 설국열차, 투모로우 포스터 (사진 워더브러더스코리아, CJ ENM, 이십세기폭스코리아)/뉴스펭귄

테넷(2020), 지오스톰(2020), 인터스텔라(2014) , 설국열차(2013), 투모로우(2004)까지.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기후위기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을 담은 일명 '클리-파이(Cli-fi)' 즉 기후 재난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기후 재난이라는 큰 스토리라인 외 몇 가지 공통점을 더 공유하고 있다. 하나는 미래의 기후위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들이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끝내 현실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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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경보호 시민단체인 천연자원보존협회(이하 NRDC)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이런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기후위기와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끼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NRDC는 지난해 영화 및 TV 작가들이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또는 겁먹게 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기후위기를 알리고 영감을 주도록 설명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은 '미래를 다시 쓰자(Rewrite the futur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많은 이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하이너펠트(Hinerfield)는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불러왔고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해결하는 것 역시 사람들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기획자인 슬레안(Slean)은 "단순한 재앙의 묘사를 떠나 현실적이고 환경과 관련된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ig little lies (사진 HBO)/뉴스펭귄

예를 들어 2017년 미국 영화 채널 HBO에서 방영된 드라마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Big little lies)'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의 딸이 학교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알게 된 후 불안을 느끼게 되는 심리를 연출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탑건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뉴스펭귄

1986년 상영돼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탑건'은 실제 미국 해군이 영화에 고문으로 참여함으로써 베트남 전쟁이후 부정적이었던 군대의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또 1993년 법률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에이즈를 다룬 최초의 상업 영화로 중미 지역에 질병에 대한 개념을 인식시키고 에이즈에 대한 오명을 줄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영상 산업은 대중의 인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수단 중 하나로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기후위기는 점차 영화나 판타지에서나 그려지는 특별한 소재가 아닌 일상에서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인간은 이에 맞서 싸워가야 한다. 이를 위해 영상 산업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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