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난이 살아남는 방법, 암컷인 척 '성적 기만' 
멸종위기 난이 살아남는 방법, 암컷인 척 '성적 기만' 
  • 이후림 기자
  • 승인 2021.04.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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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 디사 포르피카리아에 사정하는 딱정벌레 (사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뉴스펭귄 
희귀 난 디사 포르피카리아에 사정하는 딱정벌레 (사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희귀 난초가 딱정벌레를 속여 생존하는 첫 사례가 보고됐다.

몇몇 난초 종은 성 페로몬을 사용해 벌과 말벌을 유인하고 이들을 속여 수분 작용을 하게 한다. 하지만 벌과 말벌이 아닌 딱정벌레를 속여 생식하는 난초는 처음이다.

'성적 기만'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식 전략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콰줄루나탈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난초 '디사 포르피카리아(Disa Forficaria)'가 생식을 위해 딱정벌레의 성욕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난초 디사 포르피카리아는 1800년대 초 이래로 11개 표본 만이 기록됐으며 1966년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18년 한 포기가 발견돼 화제가 된 희귀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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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 디사 포르피카리아에 사정하는 딱정벌레 (사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뉴스펭귄 
희귀 난 디사 포르피카리아에 사정하는 딱정벌레 (사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뉴스펭귄 

연구진에 따르면 희귀종 디사 포르피카리아의 기발한 가루받이 전략은 성 페로몬을 모방해 암컷 곤충을 흉내 내는 것이다. 이 전략에 딱정벌레는 난초가 암컷일 것이라고 완벽하게 속아넘어가 사정까지 한다.

난이 곤충을 성적으로 유인해 가루받이를 시도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사정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알려졌다.

완벽하게 딱정벌레를 속이는 디사 포르피카리아의 성적 기만은 상당히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해당 난 위에 오르는 딱정벌레를 관찰해보면 난의 보라색 내부 구조가 수컷과 딱 들어맞는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꽃잎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털은 하늘소 더듬이와 흡사하다"며 "딱정벌레는 꽃잎을 물어뜯고 쓰다듬으며 꽃 끝에 있는 갈라진 틈에 음경을 삽입해 배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극도로 희귀한 식물이 생식 전략으로 성적 기만술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 캘런코헨(Callen Cohen)은 "이러한 성적 기만은 멸종위기에 있는 식물도 수분에 성공해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개체 수가 적은 식물은 가루받이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식의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