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을 구하는 기술] 바닷물에서도 분해되는 플라스틱, CJ제일제당 PHA

  • 임병선 기자
  • 2021.04.23 10:20
(그래픽 최진모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플라스틱이 바닷물에 녹아 미생물 상태로 바뀐다면 해양을 주무대로 서식하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플라스틱 때문에 죽을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일부 종에게는 멸종의 위험에서 살아나는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썩는 플라스틱으로 모두 대체할 경우에 해당하는 예측이지만.

CJ제일제당이 개발한  PHA(Polyhydroxy alkanoates)가 그런 소재다. 해양 환경에서 100% 생분해 된다.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Poly Lactic Acid)는 토양에서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썩는다. 따라서 해양에서는 다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쉽게 썩지 않는다. 반면 PHA는 땅에서 바다에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해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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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 소재만으로 제작된 음식 용기, 마스크 필터 시제품 (사진 CJ제일제당 제공)/뉴스펭귄

PHA는 미생물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옥수수 전분 등을 원료로 하는 PLA가 '섭씨 58도가 유지되며 미생물이 풍부한' 특수 환경에서만 생분해되는 것과 달리, PHA는 일반 해양 환경에서 생분해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CJ제일제당 측 설명에 따르면 PHA는 미생물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들어지며 최소 6개월, 최대 수년 안에 100% 생분해되고 다시 미생물 상태로 되돌아간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 자사 제품 중 '행복한콩 두부' 묶음 포장재에 처음으로 PHA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50t 정도 감축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 CJ제일제당 제공)/뉴스펭귄

CJ제일제당은 현재 보유한 공장에서 PHA를 연간 9000t 생산 가능하며 2025년에는 9만t 규모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생산품은 다른 기업에 납품할 예정이라 정확한 감축량은 예상할 수 없지만 해외 여러 기업에서 선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진 CJ제일제당 제공)/뉴스펭귄

금융권 일각에서는 PHA의 시장성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안나·심지현 애널리스트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PHA는 그동안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는데, CJ가 PHA 대량생산 시설을 갖추면서 이 문제를 해소했다. 대량생산은 판매단가를 낮출 수 있고 그만큼 시장성을 확대된다. 

또 CJ제일제당의 PHA가 미생물을 활용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PLA 등 다른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와 같은 곡물을 원료로 생산하는데,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곡물 바이오플라스틱은 전 세계 경작지 상태가 생산량과 가격에 기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소재 특성 상 아직까지 PHA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만능 소재는 아니다.   

PHA는 단독으로 충분히 사용 가능하지만, 용도에 따라서는 포장재를 PHA만으로 구성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PHA는 열에 약한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소비자가 포장 째 가열하는 제품 용기에는 활용하기 어렵고 일반 플라스틱 비닐에 비해 투명도가 낮다. 이런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소재와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 외국의 다른 PHA 생산 업체 가운데 일부는 납품을 받는 기업 요구에 따라 일반 플라스틱을 섞는 경우가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에는 이번 두부 포장재 첫 적용 시 PHA와 PLA를 혼합한 소재를 썼다. PLA는 CJ제일제당 측도 밝혔듯 고온이 유지되고 미생물이 풍부한 퇴비화 시설에서만 생분해가 이뤄진다.

PHA가 생산 공장을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어떤 제품에든 쓰일 수 있는 '완벽한 기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PHA와 마찬가지로 해양 환경에서 100% 생분해 가능한 또 다른 소재가 있어야 한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플라스틱은 일회용 마스크부터 과자 포장지,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등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위에서 플라스틱이 주요 소재로 사용됨에 따라 플라스틱을 현재 지질 시대인 인류세의 지표가 되는 암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토양과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잘개 쪼개져 인간에게 미세플라스틱으로 돌아온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아직까지 확증된 바는 없지만 미세플라스틱이 폐 세포를 사멸하고, 임산부 배 속 태아의 체중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상태다. 추가적으로 어떤 건강 피해를 입히는지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멸종을 구하는 과학기술의 하나로 PHA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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