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산을 탄다' 단 140여 마리 남은 악어의 놀라운 비밀

  • 임병선 기자
  • 2021.04.11 00:00
필리핀악어 (사진 Gregg Yan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필리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악어가 '산을 타는 습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필리핀악어 보전단체 CPPI(Crocodylus Porosus Philippines Incorporated)는 최근 국제 비영리 환경매체 몽가베이에 "필리핀악어(학명 Crocodylus mindorensis)가 높이 16미터, 경사 50도에 달하는 석회암 벽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를 통해 새로운 습성이 드러난 것이다. 악어는 체온 유지와 식사, 수분 보충을 위해 물가에만 머무른다고 알려졌는데 필리핀악어의 습성은 이 상식을 깼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필리핀악어가 왜 산을 올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CPPI 악어 연구 책임자 레이니에 마날로(Rainier I. Manalo)는 매체에 "우리도 올라가기 힘든 경사를 악어가 어떻게 올라갔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남은 악어 개체를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 Gregg Yan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단체 측은 이번 발견이 필리핀악어 생태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이 종을 야생에 재도입했을 때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필리핀악어 보전단체는 필리핀악어 사육해 2013년 남서부 시아르가오섬에 36마리를 방사했으며, 2017년에는 성체가 되기 전 개체 27마리를 추가로 같은 곳에 도입했다. 야생 상태 필리핀 악어의 생태를 연구하고, 추후 필리핀악어가 멸종한 다른 지역에 재도입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이렇게 방사한 일부 악어 몸에 GPS 장치를 부착해 필리핀악어의 등산 습성을 밝혀냈다. 

(사진 Crocodylus Porosus Philippines Incorporated)/뉴스펭귄

필리핀악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 직전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필리핀 정부는 2001년부터 야생동물법에 의거해 필리핀 악어를 죽인 자에게 최소 징역 6년 혹은 10만 페소(한화 약 230만 원) 벌금 처벌을 내린다. 이후로도 PWRCC, 실리만대학교(Silliman University) 등이 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필리핀악어 개체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악어는 2016년 기준 야생에 92마리~137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악어는 한때 필리핀 전역에 서식했지만 달루피리섬, 루존 남부, 리가와산에 위치한 세부 호수 3개 지역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체수는 1937년부터 2012년까지 개체수 85%~94% 감소했다. 

멸종 위협 요인은 필리핀악어를 위험한 생물로 잘못 인식한 지역 주민에 의한 죽임, 민물 어업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이다.

필리핀악어는 악어과 동물 중에서 작은 편에 속하는 종으로 수컷, 암컷 모두 성체 기준 몸길이 1.5m, 15kg 정도다. 가장 큰 필리핀악어로 기록된 개체는 3.1m다. 필리핀악어 생태에 관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 악어 종은 건기가 찾아왔을 때 진흑에 깊이 몸을 파묻어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습성을 가졌다.

성체가 되기 전 필리핀악어 (사진 Scott Sandars - flickr)/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