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학명 뺏긴 고유종 미선나무... 멸종위기종 복원 성공 사례

  • 이후림 기자
  • 2021.04.06 11:54
고유종 미선나무 (사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일제에 학명을 뺏긴 한반도 고유 식물이 복원에 성공했다.

일제 강점기 시련을 함께 견딘 오직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 있다. 바로 '미선나무'다. 열매가 부채 모양을 하고 있어 '아름다운 부채'란 이름을 가진 미선(美扇)나무는 세계적으로 1속 1종 밖에 없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와 미선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관목으로 높이 1~2m까지 자라며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흰색과 연한 노란색 또는 약간 붉은색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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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종 미선나무의 학명은 '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다. 1919년 학계에 처음 보고됐으며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 학명 맨 끝에 들어가는 관행에 따라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한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의 '나카이(Nakai)'가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식물 발견 성과를 일제에 빼앗긴 것으로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실제 미선나무는 1917년 충북 진천에서 식물학자 정태헌 박사가 최초 발견했다.

혹독한 일제 강점기 시련을 우리 민족과 함께 견딘 셈이다.

미선나무 (사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뉴스펭귄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해 멸종되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선나무는 무분별한 훼손으로 1998년 보호야생식물, 2005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후 개체 수가 증가해 2017년에 법정보호종에서 해제됐다.

이렇듯 보전과 관리가 필요한 식물로 알려진 미선나무가 유전자 다양성 연구로 서식 기반이 마련돼 멸종위기종 복원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알려졌다.

1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김영동 한림대 교수진과 고유종 미선나무 복원지 집단과 자생지 집단의 유전적 건강도를 평가한 결과 두 집단의 유전적 건강도가 비슷하게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관리 방안 수립 및 복원 사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미선나무 13개 곳(천연기념물지정 4곳, 자생지 6곳, 복원지 2곳, 식재 1곳)에 서식하는 169개체를 대상으로 유전적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유전적 다양성이 조사된 미선나무 13개 개체군 정보 (사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뉴스펭귄

건강도 분석 조사는 단일염기다형성(이하 SNP) 영역 2,254개를 통해 이뤄졌다. SNP는 비교 대상 유전자(DNA) 염기서열의 특정 위치에서 뉴클레오티드(A, T, G, C)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이로 개체 및 개체군을 구별하는 조사법이다. 주로 유전적 다양성 평가 등에 이용된다.

분석 결과 미선나무 집단 간 유전자 다양성 지수가 비슷한 값으로 측정됐으며 특히 복원지인 부안면과 진천군 집단은 지역 간 유전적 고유성과 건강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성공적인 복원 사례로 평가됐다. 

이외에도 괴산군, 영동군, 부안군 등 천연기념물 자생지 집단 4곳은 유전적 건강도가 다른 자생지보다 높게 평가돼 보전과 관리가 잘 이뤄진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결과 미선나무는 자생지 집단별로 유전적 고유성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 자료를 활용한 생물자원 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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