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후악당’ 오명 벗을 생각없다?

  • 조은비 기자
  • 2021.04.07 08:00

세계 3위 연기금이, 세계 3위 석탄투자금융의 '불명예' 안아
국내 금융기관들의 기후금융 동참에도 "검토중" 답변만

(사진 국민연금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최근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속속 ‘탈석탄’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국내 최대 공적금융기관이자 석탄금융 1위인 국민연금은 이렇다 할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공적금융기관들이 탈석탄 기조를 주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국민연금의 길어지는 ‘침묵’은 국내 민간금융의 기후금융 확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계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가 발표한 ‘세계 석탄퇴출 리스트’에서 투자부문 11위에 올랐다. 전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석탄부문 투자가 많은 순서로 11번 째에 꼽힌 것이다. 석탄투자 부문 상위 10곳 가운데 일본 정부연금(5위), 노르웨이 정부연금(8위)을 제외한 나머지 8곳은 모두 미국의 투자기관들이다.

이 리스트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석탄부문 투자는 모두 114억 2,300만달러(약 12조 5653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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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계석탄퇴출리스트') /뉴스펭귄

앞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그린피스 한국지부 등과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0 한국 석탄금융백서’를 보면 국민연금은 2009~2020년(6월) 국내 석탄투자 1위다. 국민연금의 이 기간 석탄투자는 9조 9955억원에 달한다. 2위인 수출입은행(4조 8585억원) 보다 배 가까이 많다.

(사진 그린피스 '2020 한국 석탄금융백서')/뉴스펭귄

전문가들은 세계 3위의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막대한 석탄투자는 국내 다른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기조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달 9일 112개 금융기관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 동참, 탈석탄 선언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뚜렷한 방침을 발표하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적금융기관은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에게만 탄소중립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석탄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환경분야의 책임 투자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세계3위 규모의 연기금은 국민연금은 투자배제 전략 검토만 1년째”라고 비판했다.

앞서 그린피스 한국지부도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기후금융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환경단체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스웨덴 국민연금, 덴마크 국민연금,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 선진국들의 연기금들은 탈석탄금융에 속속 나서고 있다.

그린피스 한국지부는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석탄 투자 중단에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 10년간 약 11조원의 공적금융을 해외 석탄발전소에 지원해 해외 석탄발전투자 3위 국가가 됐다”면서 “정부는 하루빨리 이 위험한 투자의 중단을 통해 ‘기후악당’ 타이틀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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