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영양 뿔에 달린 '이것' 화들짝

  • 남주원 기자
  • 2021.04.01 11:32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아프리카 영양 뿔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물체가 '거미줄'로 밝혀져 화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소속 야생동물보호연구소(WildCRU)에서 일하는 제스 이스덴(Jess Isden)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있는 중앙칼라하리수렵금지구역에서 촬영한 사진을 SNS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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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가 공개한 사진 속 영양의 뿔 사이에는 하얗고 불투명한 무엇인가가 감싸져 있다. 언뜻 보면 플라스틱 봉지 같기도 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영양이 비닐봉지로 고통받고 있을까봐 염려했다고 제스는 전했다.  

쌍안경을 통해 멀리서 녀석을 지켜보던 제스는 영양 뿔을 감싼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므로 비닐봉지로 추측되는 물체를 제거해 주려 했다.

제스와 일행이 차를 타고 영양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뿔에 걸려있던 희끄무레한 것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주 두껍고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이었다.

거미줄은 영양의 뿔은 물론이고 얼굴 위 부분까지 뒤덮고 있었다. 제스는 "뿔에 거미줄이 쳐져있는 영양을 몇 마리 보긴 했지만, 이처럼 두껍고 빽빽한 상태는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거미줄 안에는 실제 살아있는 거미들이 있었으며, 영양은 일행이 지켜본 며칠 동안 줄곧 거미줄을 걸친 채 지냈다.

제시는 "영양 스스로 거미줄을 쉽게 제거할 수도 있었는데도 그렇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그는 거미줄을 허락한 것 같았다"라며 "거미도 꽤 행복해 보였다"며 웃었다.

SPIDER HITCHHIKER Photographer Jess Isden saw this spider web in the horns of gemsbok. He writes "At first I thought...

게시: Frans de Waal - Public Page 2021년 3월 24일 수요일

이후 제스 이스덴은 페이스북 등 커뮤니티 페이지에 그가 찍은 사진들을 올려 영양이 왜 거미줄을 치고 다니는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가 공유한 사진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고 네티즌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거미줄이 기생충 제거용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영양의 눈과 귀 주위를 날아다니는 해충들이 거미줄에 걸리게 해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야생동물이 거미와 공생을 배운 것 같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영양은 거미가 거미줄을 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거미는 해충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다만 추측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겜스복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제스가 포착한 개체는 오릭스속 영양의 일종인 겜스복(gemsbok)이다. 아프리카 남부에만 서식해 남아프리카오릭스라고도 불린다. 

겜스복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종으로 등재돼 있다. 최소관심종은 멸종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개체수 또한 안정적이며 오릭스 가운데 그 수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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