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곰, 털코뿔소 나오는 '지구가열화 시한폭탄'... 비밀 풀린다

  • 남주원 기자
  • 2021.03.31 11:45
북반구 영구동토층 분포와 북극해 탄성파탐사 위치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일명 '북극해의 탄소 냉동 보관소'라고 불리는 영구동토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극지연구소는 북극해의 영구동토층이 어느 깊이까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영구동토층이란 지중온도(지표면에서 지하 수m까지 온도)가 일년 내내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토양층을 일컫는다. 즉, 연중 항상 얼어 있는 상태로 있는 토양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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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은 대기보다 2배 가량 많은 탄소를 붙잡고 있어 ‘탄소 냉동 보관소’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최근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대량 방출되고 있다. 공기 중으로 흘러나온 해당 물질들은 다시 지구가열화를 부추겨 결국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과거 빙하기 시대에 형성된 영구동토층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북극해 대륙붕(해변으로부터 깊이 약 200m까지의 완만한 경사의 해저지형)에서 메탄가스 분출 현상이 자주 확인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로 덮여 있어 육지보다 영구동토층이 잘 녹기 때문이다. 

북극해 영구동토층은 대부분 수심 100m 미만의 대륙붕에 존재한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북극해 영구동토층은 그동안 바다얼음에 막혀 접근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지구가열화로 여름철 얼음이 줄어들면서 탐사가 활발해졌다. 

북극 보퍼트해 해저 영구동토층 속도모델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이에 극지연구소 진영근 박사 연구팀은 2014년 캐나다 배타적 경제수역에 위치한 북극 보퍼트해 대륙붕에서 탄성파 탐사를 실시하고 "세계 최초로 영구동토층의 속도모델을 구현해냈다"고 전했다. 그들은 탄성파가 얼음에서 퇴적층보다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이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영구동토층 속도모델은 심도 별 속도값을 계산해낸 것으로, 이를 활용해 상하부 경계 및 얼음 포함량 등 영구동토층의 '수직적인 변화'를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이 탐사지역에 속도모델을 적용한 결과 영구동토층은 100~650m 깊이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구동토층 상부의 경계만 확인이 가능했던 이전 탐사로는 알 수 없는 정보라고 극지연구소는 강조했다.

'탄성파탐사'란 지표면이나 수면에 충격을 줘 파동을 발생시킨 후 지층의 경계 등과 만나 굴절 및 반사돼 돌아온 신호를 수집해 하부의 구조를 간접적으로 알아내는 방법이다.

극지연구소 강승구 선임연구원은 “북극해 영구동토층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영구동토층이 어떻게 분포하고 어떻게 녹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탐사와 기술개발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올여름에도 북극해에서 탄성파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동굴곰 미라 (사진 NEFU)/뉴스펭귄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지구가열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수만 년 전 멸종했던 동물 사체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북극해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볼쇼이 랴호프스키 섬에서 '동굴곰(cave bear)' 미라가 나왔다. 동굴곰은 지금은 멸종된 동물로,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서식지(동굴) 수탈로 위협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8월 러시아 야쿠티아 영구동토층에서 나온 동물 사체는 '털코뿔소(woolly rhino)'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털코뿔소 또한 현재는 멸종한 동물이다. 이들 종은 인간의 사냥 활동과 함께 당시 갑작스럽게 상승한 기온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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