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인류의 성공적 생존 사례는 없을까?

  • 조은비 기자
  • 2021.03.30 11:03
소빙하기에 속했던 1680~1780년의 기온 변화 (사진 NASA)/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수 세기~수십 세기 전 기후위기(소빙하기) 때 탄력적으로 대처했던 역사적 사례들이 주목 받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후탄력사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빙하기, 긴빙기가 반복해 찾아왔다. 지구를 두터운 얼음으로 덮어 대멸종을 초래한 빙하기는 지질연대기로 트라이아스기와 백악기에 걸쳤던 때가 가장 최근이다. 약 1만2500년 전에 끝났다.

이런 대사건 말고도 지구에는 몇 차례 소빙하기가 있었다. 소빙하기는 빙하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추운 기후가 지속됐던 때로, 역사에 기록된 시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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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도 6세기 초와 17~19세기 찾아온 소빙하기 시기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곳곳에는 각종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난과 전염병 피해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이 같은 소빙하기 시기에 빠르게 적응해 인상적인 대응을 펼쳤던 역사적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6세기 비잔티움제국이 소빙하기가 찾아오자 겨울에 강수량이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농업에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럽 일대에서 발굴된 호수 퇴적물과 비잔티움제국의 유적에서 추출된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그 당시 겨울철 유럽의 강수량과 비잔틴제국의 농작물 수확량이 늘어났던 사실을 파악했다.

또 당시 서유럽에 위치한 프랑크 왕국이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을 동안,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프리지아인들은 생선, 물새, 보리, 귀리 등 추위에 강한 식량 확보에 나서 소빙하기에 대처했다.

비잔티움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 성 소피아 성당 (사진 unsplash)/뉴스펭귄

13~19세기에도 지구에는 혹독한 소빙하기가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이 기간에는 한반도에도 소빙하기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에 따르면 한여름에 우박과 서리가 내리고 지진, 전염병, 가뭄, 태풍 등 각종 이상기후에 타격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좀처럼 얼지 않던 영국 런던의 템즈강이 28cm 두께로 얼어 붙었다. 핀란드 등 북유럽 일대에서는 혹독한 추위와 각종 이상기후로 식량난을 겪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연구팀은 이 중 17~18세기 네덜란드의 고래잡이 어업을 기후변화 적응 사례로 꼽았다. 소빙하기로 빙하 범주가 넓어지자 북극고래들이 해안을 벗어났고, 이를 알아낸 네덜란드의 어부들이 발 빠르게 나서 포경으로 이웃나라들에 비해 큰 이익을 남긴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후탄력사회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조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기후탄력사회는 현재 탄소 배출이 중단되더라도 기후위기에 따른 변화는 멈출 수 없는 상태이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된 사회를 뜻한다. 지난 2월 기상청은 기후탄력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응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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