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도살' 참상 겪은 밍크도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 남주원 기자
  • 2021.03.25 13:56
사육 밍크 (사진 코펜하겐퍼)/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대량 살처분'의 참상을 겪은 밍크가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게 됐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미국 동물의약품 전문회사 '조에티스(Zoetis)'가 농장의 밍크에게도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밍크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네덜란드 한 밍크 농장에서 인간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도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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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네덜란드에서 도살당한 사육 밍크는 100만 마리를 넘어섰으며 감염 개체가 발생한 농장은 24곳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밍크 모피 수출국인 덴마크에서 1700만 마리에 달하는 밍크가 대량 살처분됐다.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는 밍크들 중 역으로 사람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례가 보고되는 동시에 개체들이 좁은 사육장에 갇혀 사는 탓에 전염 속도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도살된 밍크 (사진 Becca Tyler - flickr)/뉴스펭귄

조에티스 수석부회장 마헤시 쿠마르(Mahesh Kumar) 박사는 "밍크에게 백신을 투여하면 밍크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차단할 수 있다"라며 밍크 백신이 상용화되면 인간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백신은 밍크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마르 박사는 "영장류의 백신 효능에 대한 혈액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밍크에게서 강력한 면역 반응을 확인했다"고 가디언과 인터뷰에 말했다.

앞서 이달 초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 4마리와 보노보 5마리는 인간 이외 영장류로는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해당 백신 또한 조티에스 회사가 개발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보호 책임자 나딘램베르스키(Nadine Lamberski)는 이들 영장류가 조티에스에서 개발한 백신을 각 2회씩 복용했다면서 "현재까지는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고 항체 검사를 통해 백신 접종 성공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지난해 검은발족제비 120마리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당시 미국 국립 야생동물 보건센터 토니 록(Tonie Rocke) 박사는 "검은발족제비는 최근 덴마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로 집단 도살당한 '밍크'와 유전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고 투약 배경을 설명했다. 

종 복원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같은 질병은 멸종위기종 복원에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유럽밍크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유럽밍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단계에 등재돼 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현재 모피를 위해 생산되는 대부분의 밍크는 야생 밍크가 아닌 농장에서 길러지는 양식 밍크다. 밍크는 1866년 미국에서 첫 사육이 시작된 이후 세계 각지에서 사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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