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멸종한 '독도강치'... 발굴된 뼈 어떻게 쓰일까

  • 남주원 기자
  • 2021.03.24 13:08
울릉도 발굴 바다사자 뼈 실물 (사진 해양환경공단, 부산대학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멸종된 독도강치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9월 울릉도에서 발굴한 독도강치 뼈 40여 점을 보존해 향후 연구 및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독도강치는 지금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나 과거 동해와 일본 북해도에 서식했던 바다사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독도에 주로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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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강치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의해 남획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1904년에는 한해 동안 무려 3200여 마리가 대량 포획됐다고 전해진다.

'독도강치 멸종사'에 따르면 독도강치는 1975년 독도에서 2마리가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 서식이 확인된 바 없다. 결국 이 바다사자는 199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절멸'(EX, Extinct)종으로 분류됐다.

독도강치의 국제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해양환경공단과 부산대학교는 앞서 지난해 9월 과거 독도강치가 서식했던 울릉도 가재굴에서 이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발굴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발굴된 뼈들은 국제유전자정보은행(NCBI)에 등록된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와 최대 99.39% 일치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는 문헌상 독도 뿐만 아니라 울릉도에서도 서식했다고 알려진 독도강치가 실제로 울릉도에 서식하였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에 따르면 발굴된 뼈는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희소가치가 높다. 바다사자 뼈와 박제 표본은 전 세계적으로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국외 기관에 총 20여 점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양환경공단과 부산대학교는 뼈를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가치를 높이고자 뼈 표본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인계해 독도강치 연구와 대국민 교육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발굴한 뼈를 활용해 바다사자 종 복원 연구를 위한 유전체 분석과 골격 복원 연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기관은 독도강치 골격을 기반으로 디지털 형상화 작업과 3D 프린트를 활용한 실물 복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라져 가는 해양생물을 보전하고 국민들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촉각 교육자료로 제작하겠다는 취지다.

바다사자 골격 복원도와 3D 프린팅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독도강치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이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종 복원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복제로 태어난 최초의 멸종위기 검은발족제비 생후 사진을 지난달 공개했으며,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참달팽이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서울대공원이 자연사한 시베리아호랑이를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박제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종 복원 활동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내비추기도 한다. "이미 인간 욕심으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라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해 서울대공원 윤지나 박제사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처럼, 표본일지라도 많은 사람이 보게 되면 동물 보호 및 종 보존에 대한 인식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뉴스펭귄의 한 독자는 "(멸종위기 복원 관련 일을 해본 사람으로서) 멸종위기 복원은 어떤 업적을 세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종인 인간이 집단적으로 저지른 끔찍한 짓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미안함으로 우리가 저지른 파괴를 조금이나마 되돌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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