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소나무 살리려다 다 죽어나는 멸종위기종

  • 남주원 기자
  • 2021.03.18 11:50
곶자왈 제주고사리삼 훼손지 전경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인해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 환경단체 '곶자왈사람들'은 "제주시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으로 세계적 멸종위기종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파괴가 심각하다"고 16일 밝혔다.

제주고사리삼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제주고사리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 제주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단계에 등재돼 있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단체가 지난달 말부터 조천~함덕 곶자왈지대를 조사한 결과, 40여 곳이 넘는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재선충 방제로 파괴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제 과정에서 이들 자생지를 관통하는 작업로가 생기고, 장비가 그 일대를 가로지르고 다니며 제주고사리삼 생육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곶자왈사람들은 "장비가 자생지를 통과하면서 원형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라며 "작업로를 만들기 위해 자생지 내 나무를 잘라버리거나 암석을 한쪽으로 밀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비가 자생지를 가로지르는 과정에 제주고사리삼을 짓밟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들에 따르면 잘려진 나무들이 제주고사리삼을 덮어버리는 등 현재 방제작업은 이 종들의 생육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하 훼손지 내 제주고사리삼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제주고사리삼은 물이 고였다가 서서히 빠지는 건습지 환경의 꾸지뽕나무, 참느릅나무 등 낙엽활엽수 하부에서 자란다. 또 여름에는 나무가 빛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해가 잘 비쳐야 하는 등 섬세하고 독특한 보금자리를 필요로 한다.

단체는 "제주고사리삼은 이런 독특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종이 서식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이 방제로 사라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방제작업을 진행하는 제주시의 안일안 대처도 지적됐다.

곶자왈사람들은 "이 지역 방제를 담당하는 제주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거의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며 기존 방식 그대로 방제를 이어가는 제주시 입장을 꼬집었다.

단체에 따르면 제주시는 "기존의 작업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훼손은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장비로 인한 추가적인 훼손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훼손지 전경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한편 이번 작업은 제8차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오는 4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곶자왈 지역의 방제로 인한 2차 훼손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체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작업로가 제주고사리삼 자생지를 관통하고 있거나 인접해 있는 상황으로 추가적인 훼손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곶자왈사람들은 "곶자왈 지역의 장비허용을 금지하고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보전 등 곶자왈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