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삼척석탄화력발전 투자 예정대로"

  • 조은비 · 임병선 기자
  • 2021.03.18 07:00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임병선 기자] 금융권이 '기후금융' 선언을 통해 석탄발전 투자를 속속 중단하고 있지만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투자운용회사들은 삼척화력발전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자산운용사들은 기후금융 선언을 지지하지만 삼척화력발전 투자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의사를 철회했다.

17일 뉴스펭귄이 삼척석탄화력발전 투자의향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예정대로 투자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 등의 연대체인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석탄화력발전 투자의사를 거두지 않은 자산운용사 12곳의 명단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삼척석탄화력발전 투자의향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들.(사진 '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 화면캡처)/뉴스펭귄

멀티에셋자산운용측은 뉴스펭귄에 "석탄화력발전소 투자가 문제될 게 없으며 충분한 투자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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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에셋자산운용은 최근 기후금융 선언에 참여하고 오는 5월 전에 탈석탄을 선언하겠다고 밝힌 미래에셋대우 계열사다.

마찬가지로 미래에셋대우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개별 투자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투자철회 등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방침은 없다"며 삼척석탄화력발전 투자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BNK자산운용은 "기후금융을 지지하고, ESG 경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석탄발전소 투자 의향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가능성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BNK자산운용은 기후금융을 선언했으나, 아직까지 탈석탄은 선언하지 않았고 예정도 없다. 

이들 이외에 상당수의 자산운용사가 "특정산업 투자여부에 대해 답해줄 수 없다"며 투자가능성을 열어뒀다.

하나금융그룹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합작설립한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우, "특정 투자에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9일 기후금융 선언에 참여, 기후금융 선언 바로 다음 날 탈석탄을 선언했다. UBS는 해외에서 이미 탈석탄을 실천 중이다.

MIDASASSET 관계자는 "삼척석탄화력발전이나 화력발전산업과 같이 특정 사업에 투자를 하고 안하고는 입장을 표명할 수 없으며 아는 바도 없다"고 밝혔다.

대신자산운용은 "석탄이나 에너지 (투자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 에너지를 다루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JB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이메일로 취재를 요청했으나 닿지 않았다. JB자산운용의 지주사 JB금융그룹은 기후금융과과 탈석탄 선언에 참여했다.

이에 비해 삼성자산운용은 "저희는 개별 투자권에 대해 어떻게 투자를 한다고 말씀 드릴수가 없다"라며 "그렇지만 작년에 삼성그룹이 탈석탄을 선언했고 저희도 투자 운영을 할 때 그 원칙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증권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기후금융 선언에 참여했다. 앞서 이미 지난해 11월 탈석탄을 선언했다.

한국투자자산운용도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 의사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ESG 경영 추세에 따라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외 환경단체들과 과학연구 기관 등은 글로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석탄발전투자를 시급하게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 9일 국내 금융기관 112개가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하겠다는 '기후금융' 선언을 했다. 또 많은 금융기관들이 석탄발전 투자 의사를 속속 철회하고 있다.

탈석탄에 투자 중단 의사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것은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EAE) 통계에 따르면 석탄으로 전기 1kWh를 발전할 때 이산화탄소 991g이 발생하며 이는 석유 782g, 천연가스 549g 등 다른 화석연료 뿐 아니라 태양광(57g), 풍력(14g), 원자력(10g), 수력(8g) 등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치다.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인 삼척석탄화력발전은 포스코가 건설중이며, 전체 공사대금 가운데 1조원을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조원 가운데 2000억원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민간조달이 완료됐고 나머지 8000억원 중 일부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각종 금융사의 투자를 받은 삼척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석탄을 넘어서'와 협력 관계인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자 역할을 담당하는 자산운용사가 삼척석탄화력발전(삼척블루파워) 회사채를 구매하지 않으면 공사 업체는 자금 확보가 어려워 진다"며 "마지막 석탄화력발전 건설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의 탈석탄 선언이 이어지면서 석탄발전소 건설이 실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척블루파워는 2019년 9월 25일, 2020년 3월 25일, 2020년 9월 25일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1주도 채 남지 않은 현재(17일 기준)까지 회사채 수요 예측 소식이 없는 상태다.

금융계의 탈석탄 선언은 실질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행동이기도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석탄을 넘어서' 박지혜 변호사는 "변화된 경영환경 하에서 화석연료 투자중단 방침을 수립하고 이행해 나가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경영 전략"이라며 "삼척 석탄화력발전의 회사채 인수 거부는 그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 보유중인 석탄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며 금융 기업의 탈석탄 동참을 촉구했다.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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