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O자라니' 멸종위기 사자가 정관수술 받은 사연

  • 이후림 기자
  • 2021.03.17 13:14
정관 수술 받는 토르 (사진 버거스동물원 공식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수사자 토르가 정관 수술을 받았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버거스동물원에 따르면 11살 수사자 토르(Thor)가 지난해 암사자 두 마리를 임신시켜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후 정관 수술을 받았다. 멸종위기종 사자가 정관 수술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토르가 낳은 세쌍둥이 새끼 사자 (사진 버거스동물원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토르는 지난해 7월 첫 번째 암사자와 쌍둥이를 낳았고 같은 해 11월 두 번째 암사자와 세쌍둥이를 낳았다. 수사자 1마리와 암사자 2마리를 포함 총 3마리 사자가 살던 버거스동물원에 토르의 번식력으로 인해 총 8마리의 사자가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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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동물기금(WWF)에 따르면 야생 사자 개체 수는 지난 수십 년간 최대 4% 감소했다. 감소원인으로는 인간에 의한 서식지 상실, 밀렵, 불법 사냥 등이 꼽힌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네덜란드 동물원이 국제멸종위기 등급 '취약'(VU, Vulnerable) 종으로 분류돼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사자의 정관수술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동물원 수석 수의사 헨크루텐(Henk Luten)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토르가 강한 번식력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면서 "이미 우리 동물원에는 토르의 새끼들이 많다. 동물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새끼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수술 결정 이유를 밝혔다.

35년 동안 수의사로 일하며 사자 정관수술은 처음이라고 밝힌 헨크루텐 교수는 거세 대신 정관수술을 택한 이유에 대해 토르가 무리에서 소외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헨크루텐 교수에 따르면 수사자가 거세를 할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부족해 갈기가 빠지고 이는 곧 남성 지배적인 사자 사회 계층에서 자칫 자리를 잃는 것으로 이어진다.

수사자 토르 (사진 버거스동물원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실제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암사자 청자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사건이다. 

당시 동물원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약육강식 동물 세계에서 9살이라는 많은 나이로 인한 따돌림, 한정된 공간에서의 관리, 근친상간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와 같은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물 중성화 수술에 관한 문제는 동물권과 관련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성 기능을 강제적으로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이 과연 인간이 가진 권리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동물을 생명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것이라는 주장과 중성화 수술을 하면 질병이 줄어들고 수명이 길어져 필수라는 주장이 판이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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