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세상을 살리고 질병을 퇴치할 거룩한 애벌레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1.03.16 09:00
홀로세곤충방송국 힙(HIB) ‘세상의 질병에 맞설 거룩한 애벌레’를 접속하시면 세상의 편견을 뒤집을만한 천연의 생물 소재 은행인 애벌레를 어떻게 기록하고, 이해하며 활용할지 애벌레에 관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뉴스펭귄 이강운] 천적과 기생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펼쳐지는 애벌레들의 생존경쟁과 공진화(Co-Evolution)의 생생한 현실을 관찰하다보면 흥미진진한 생명의 역동성을 볼 수 있습니다. 몇 번씩 껍질을 벗으며 성장하고 모습을 바꿔 결국에는 날개 달린 나비나 나방이 되는 그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면서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곤충학자가 아니라도 이들의 삶을 목격하면 아마도 똑같이 신비감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자기가 먹는 식물과 똑같은 모양을 하여 들키지 않게 하거나 위장된 두 눈으로 소박하게 위장(Camouflage)을 하는 놈들도 있고 새빨간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 오히려 천적들에게 과감하게 경계령을 내리는 놈도 있고, 가시나 수북한 털로 무장한 후 ‘나 먹어봐‘ 하며 배짱을 부리는 놈들도 있습니다. 두 개로 갈라진 꼬리를 방울뱀처럼 흔들어 겁을 주는 놈들도 있습니다.

위장. 큰노랑물결자나방 애벌레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위장. 으름밤나방 애벌레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경계색. 꽃술재주나방 애벌레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수북한 털로 무장. 사발무늬독나방 애벌레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방울뱀 꼬리. 나무결재주나방 애벌레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신비감을 느끼긴 하지만 사실 애벌레가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단박에 사로잡는 아름다운 대상도 아니고, 빽빽하게 난 털이나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행동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송충이라 부르며 징그럽다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할수록 애벌레는 이 세상을 살리고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거룩한 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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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돌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통계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으로 고생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이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될 세상의 질병에 맞설 안전하고 확실한 약을 찾아야 하는데, 사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하찮은 미물로 여겨왔던 곤충은 3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입니다. 그 오랜 시간 온갖 질병으로 고통 받던 그들도 병마를 극복할 DNA가 내재되어 있어 오늘날까지 번영하며 생존하고 있을 겁니다. 

매미나방 및 애벌레 알콜 액침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액침 표본실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애벌레 생물소재은행 입구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애벌레 생물소재은행 내부 (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특히 애벌레는 모든 식물이 곤충(애벌레)을 죽이려고 갖고 있는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거나 해독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물질이나 방법을 활용해 장차 신약의 천연 소재로 사용할 수 있으며, 행동학적 특성을 이용한 생체모방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백질 덩어리인 애벌레 자체를 식품, 사료로 직접 사용할 수도 있는, 산업적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진정한 생물자원이며 4차 산업의 핵심입니다. 

곤충을, 애벌레를 산림의 해충이라든가 농업의 해충으로 오인해 전부 다 없애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을 해서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연구할 때입니다. 한 종 한 종 생물종을 잘 보전하는 생물다양성을 지키면서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기도 합니다.  

글·사진·동영상 : 이 강 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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