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불법포획 고래 53마리…전국 불법 포경선 31척

  • 이병욱 기자
  • 2019.03.20 09:24

핫핑크돌핀스 "불법 개조 포경선박 엄중 단속하고 밍크고래 보호종 지정하라"

2019년 2월 17일 전남 여수 광도 해상에서 희귀 고래류인 멸치고래(브라이드고래)가 혼획되었으나, 보호대상 고래류로 분류돼 유통·판매가 금지되어 고흥군에 처분을 요청했다. (사진 여수해경 제공)/뉴스펭귄

최근 서해안에서 밍크고래의 불법포획이 잇따르고 있어 불법 포경선박에 대한 엄중 단속과 함께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월 27일 전북 부안 해상에서 밍크고래 불법포획한 선원 5명이 해경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또 지난 9일에는 전북 군산 어청도 해상에서 해체된 고래 100kg가량이 실려 있는 선박이 해경에 적발되어 선장 등 선원 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가 19일 "불법 개조 포경선박을 엄중 단속하고 밍크고래를 보호하라"고 당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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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한국 해역에서 불법 포획된 고래는 밍크고래가 26마리, 상괭이 23마리, 기타 4마리 등 총 53마리에 이른다.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불법 포경선은 31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까지는 전국에 약 15척 정도였으나 2018년 23척으로 늘어났고, 올해 30척이 넘는 불법 포경선들이 밍크고래 사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불법 포경선들은 대부분 비슷한 외형을 보인다. 고래를 발견하기 좋도록 선박 꼭대기에 망루를 설치했고, 배머리에는 작살을 던지는 포수가 바다에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만들었다. 또 잡은 밍크고래를 끌어올리기 쉽도록 선박 측면이 모두 개방되어 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국내에는 전과 10범이 넘는 포경업자들도 있고, 불법조업으로 검거되는 선원들은 대부분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핫핑크돌핀스는 앞서 지난해 9월 울산지방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주최한 불법 고래고기 유통 금지 세미나에서 해경 수사관에게 불법 포경선의 압수를 촉구한 바 있다.

2019년 2월 17일 전남 여수 광도 해상에서 희귀 고래류인 멸치고래(브라이드고래)가 혼획되었으나, 보호대상 고래류로 분류돼 유통·판매가 금지되어 고흥군에 처분을 요청했다 (사진 여수해경 제공)/뉴스펭귄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당시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해경측은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선제적인 조치가 어렵고, 실제로 선박이 고래를 포획하는 현장을 덮치지 않으면 단속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 공동대표는 "포경 현장은 특성상 먼 바다에서 이뤄지고, 고래를 사냥한 이후에는 고기를 해체해 바닷속에 감춰놓으며, 한밤중 은밀히 육상으로 이송하므로 사냥 현장 단속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어떤 선박이 불법포경에 사용되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관련 법령이 미비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반도 해역에서 밍크고래에 대한 불법포경은 주로 울산, 포항 등 동해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실제로는 서해안에서 불법 고래사냥이 집중되고 있다. 

밍크고래는 수온이 내려가는 11월부터 다음해 5월 무렵까지는 서해안, 남해안, 제주 남쪽 해안, 동중국해 부근에 머물다가 여름철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보다 차가운 오호츠크해로 이동해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해경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고래사냥이 지속되는 이유는 밍크고래가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이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여 고래고기의 시중 유통을 금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 "해양수산부는 하루빨리 밍크고래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해야 할 것이며, 해경은 불법 개조 포경선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여 한국 해역에서 고래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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