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날 오래오래 보고 싶다면...'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아기 물범

  • 남주원 기자
  • 2021.03.12 13:59
이하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촬영된 어미와 새끼 웨델물범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이하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촬영된 어미와 새끼 웨델물범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펭귄과 함께 남극 생태계를 대표하는 동물이자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는 동물인 남극 물범들의 생생한 육아 현장이 공개돼 화제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 연구팀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킹조지섬에서 2015년부터 4년간 지켜본 총 7쌍의 어미와 새끼 웨델바다표범(Weddell Seal) 사진과 영상을 11일 공개했다.  

물범은 남극 상위 포식자인 동시에 기후위기가 남극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오징어 같은 연체류나 물고기를 주로 잡아 먹는데,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먹잇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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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물범 서식지인 빙하와 바다얼음이 녹아 사라지면서 이는 고스란히 물범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킹조지섬이 위치한 남셰틀랜드 군도에서 이뤄진 첫 장기 물범 관측으로, 21세기 들어 학계에 보고된 최초의 사례다.

관측 결과 새끼 웨델물범들은 남극에 봄이 시작되는 시기인 9월 19일에서 25일 사이에 태어났다.
 

연구팀은 "남극 고위도 지역보다 보름 이상 빠른 일정으로, 따뜻한 계절이 저위도에 먼저 찾아온 영향"이라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웨델물범의 번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하 출산한 어미와 탯줄이 달린 새끼 물범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이하 출산한 어미와 탯줄이 달린 새끼 물범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가 제공한 동영상 캡처)/뉴스펭귄
2015년 9~10월 관측한 웨델물범 어미와 새끼. 왼쪽 상단부터 순서대로 출산한 어미 물범, 탯줄 달린 새끼 물범, 첫 수영, 털갈이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팀은 2015년 9~10월 웨델물범 출산 직후 모습도 공개했다. 이 시기는 어미 웨델물범이 출산 후 예민해진 상태이므로 정밀한 관측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관찰 결과 새끼 웨델물범 두 마리는 태어난 지 18~19일이 지나자 첫 수영에 나섰고, 그로부터 3~6일 뒤 첫 털갈이를 했다.

연구팀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는 탄생 직후 붉은 탯줄이 달린 새끼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극 킹조지섬 해안가 남방코끼리물범 서식지를 촬영한 드론 사진. 물범은 배경과 대비되는 윤곽 및 색을 나타내 개체수 파악이 유리하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남방코끼리물범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낮은 배경 온도와 구분되는 높은 체표면 온도를 이용해 몸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아울러 연구팀은 드론을 활용한 새로운 관측 기술도 선보였다. 새끼 물범의 양육 모습을 먼 거리에서도 관측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열적외선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으로 최대 섭씨 30도 넘게 차이가 나는 물범과 주변 얼음의 온도차를 이용해 남방코끼리물범 성체와 새끼를 구별해냈다"고 설명했다.

남방코끼리물범(South Atlantic Elephant Seal)은 웨델물범과 마찬가지로 남극 연안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다.

이로써 남극에 서식하는 물범의 개체 수 및 몸 크기 등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돼 향후 남극 생태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 어미 젖을 먹는 아기 물범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이하 어미 젖을 먹는 아기 물범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팀은 세종기지에서 얻은 정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장보고기지 주변에서 물범의 행동과 주변 환경 등을 관찰하고 있다고 알렸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는 “남극 상위포식자인 물범의 관측 범위를 시·공간 모두 확대하고 있다"라며 "축적된 관측 자료는 남극 생태계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웨델물범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웨델바다표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종으로 등재돼 있다. 

최소관심종은 멸종위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정책적·사회적·국내 상황 등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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