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후, 한반도의 야생 동식물은 얼마나 사라져 있을까

  • 남주원 기자
  • 2021.03.12 08:00
(사진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번 세기 말까지 국내 생물 336종이 멸종할 수 있다는 적색 신호가 울렸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야생 동식물이 맞닥뜨리게 될 피해를 골자로 하는 종합 연구 자료집을 11일 발간했다.

기관은 특히 21세기 말까지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대로 배출할 경우'와 '적극 감축할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해 우리나라 생태계 변화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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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기존(2017년 기준)과 동일한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돼 한반도 기온 상승이 1880년 대비 평균 섭씨 4.5도 이상이 될 경우를 말하며, 후자는 온실가스가 상당히 감축돼 한반도 기온 상승이 1880년 대비 평균 섭씨 2.9도 수준으로 제한될 경우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국립생태원이 두 시나리오에 대해 유형별로 비교·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온실가스가 별다른 감축 없이 현재처럼 배출되면 전체 5700여 생물종 가운데 336종이 급격한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하는 시나리오와 대비해 5배 많은 수치로, 특히 서식지 이동이 쉽지 않은 구슬다슬기나 참재첩 등 담수생태계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외래종 확산 및 피해 중 내륙습지 지역 예측 결과. 기후위기가 악화되면 외래종이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뉴스펭귄

아울러 기후위기로 온도가 상승하면 외래종 및 교란종에 의한 피해 또한 커져 생태계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대표적으로는 온도가 상승하면 아열대·열대지방에서 유래된 뉴트리아나 큰입배스 등 외래종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는 기후환경을 제공한다.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때 뉴트리아로 인해 피해를 입을 내륙습지 수는 32개로 예측됐다. 반면 배출량이 줄지 않을 시 120개의 내륙습지가 피해입을 것으로 나타나, 약 4배에 달하는 생태계 교란 피해 차이가 예측됐다.

기후위기로 인한 내륙습지 소멸 예측 결과. 기후위기가 악화되면 극심한 가뭄 등이 발생하고 이는 내륙습지 소멸위험을 야기한다 (사진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뉴스펭귄

기후위기는 극한의 가뭄 현상을 증가시켜 내륙습지를 소멸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립생태원은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할 경우 그 피해가 22개 습지에 그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657개의 내륙습지가 소멸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약 30배나 차이 나는 수준으로, 국내 총 2500여개 습지 중 약 26%가 사라질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소멸 위험이 큰 습지는 무제치늪, 대암산 용늪 등처럼 높은 지대에 위치해 물 공급이 제한적인 산지습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습지는 탄소 저장능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 지역이 사라지면 탄소 배출 또한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뉴스펭귄

한편 이번 연구 자료집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위기가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동식물 5700여 종 △내륙습지 약 2500지역 △수생태계 담수지역 약 800개 △갯벌 162개 △산림 약 6만㎢를 대상으로 조사됐다.

자료집은 12일부터 국립생태원 누리집에 전문 공개될 예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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