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NH, ‘마지막 석탄화력’에 투자하고 ‘탈석탄 선언’

  • 임병선 기자
  • 2021.03.10 19:07

"석탄화력발전 시장 소멸상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지일 뿐" 비판 많아
기후악당 오명 벗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탈석탄' 선언 이뤄져야

(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임병선 기자]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 신규건설에 투자한 신한금융투자·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증권 등 국내 굴지의 금융투자사들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석탄금융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과 견제가 강하고 국내 석탄발전 신규투자도 사실상 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금융투자사들의 탈석탄 선언은 의미가 크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거꾸로, 30년간 4억톤 가까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석탄화력에 투자했다는 ‘원죄’만 부각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기후금융 지지선언식 (사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국내 112개 금융기관은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선언식’에서 “기후금융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CDP Korea)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공동 주최한 선언식에는 KB·신한·우리·NH·하나·BNK·DBG 등 금융그룹의 모든 계열사, 삼성과 한화의 금융계열사 등이 참여했다. 

기후금융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 평가 시 대상 기업의 ESG를 반영하는 등 경제활동 시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려는 방식의 금융 활동이다. 녹색금융과 비슷한 결을 가진 방침이지만 녹색금융은 온실가스 외에도 수질, 토지, 공기질 등 환경파괴 요소까지 더해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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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금융기관들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건 웅변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라며 즉각적인 실천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은행,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이날 행사에서 기후금융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석탄발전에서도 손을 떼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바로 다음날인 10일 ‘탈석탄 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발표했다. DGB금융그룹, 미래에셋대우 등은 5월 열리는 P4G 정상회의 전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KB, 우리, 삼성 금융계열사, 한화그룹 등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이미 탈석탄을 선언했다.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문제는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투자사들 가운데 신규로 건설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한 금융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10일 ‘석탄을 넘어서’(탈석탄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삼척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대우증권 등 6개 증권사를 비롯해 모두 13개사다. 

이중 이번 선언에 동참하지 않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산업은행, KDB인프라자산운용, 중소기업은행, IBK연금보험 등이다.

이들 금융사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고, 자산운용사 등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투자했다. 삼척블루파워는 총 4조9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가운데 부족분 1조원을 민간투자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며, 이 중 20%를 13개 금융기관이 투자에 참여한 것. 

삼척 맹방해변 인근에 약 2.1GW 규모로 건설되는 삼척석탄화력발전은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으로 사업 초기부터 환경단체들의 건설중단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대표 인수기관인 NH투자증권을 특별히 지목하며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지원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국내 금융기관중 석탄화력발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로, 투자규모가 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각종 금융사의 투자를 받은 삼척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삼척블루파워가 소요예산 중 나머지 80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NH투자증권이 앞장서서 투자에 나설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에는 삼척석탄발전에 투자를 고려 중인 금융사들이라며 12개 투자운용사들의 명단을 게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뉴스펭귄은 이 단체가 이름을 올린 곳 가운데 하나인 삼성자산운용에 연락을 취해 투자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그룹차원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을 넘어서’측은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연간 1300만톤의 온실가스와 570톤의 초미세먼지를 내뿜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을 통해 “설계수명 30년의 삼척석탄화력발전이 배출할 온실가스는 3억9000만톤으로 영국의 1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금융사들이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 에코유스 이상은 이사장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에 이미 투자를 해놓고서는 탈석탄 선언에 나서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기관들의 기후금융 동참선언만 보더라도 탈석탄을 향한 의지나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기관 단체 선언에는 각 금융기관이 탈석탄 금융을 필수로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들은 선언 이후 지켜야 할 사항으로 '탈석탄 선언',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지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서명기관 가입'이라는 3가지 중 최소 2가지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CDP 서명기관 가입은 CDP 측과 기업이 환경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으로 탈석탄 의무는 없다. 따라서 시늉만으로 기후금융에 동참하는 금융기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은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기후악당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보다 진정성 있는 탈석탄 선언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한국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금융기관 162곳이 국내외 석탄발전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60조원에 달한다. 해외 석탄발전 금융제공 금융사로는 한국수출입은행(4조8585억원)을 필두로 무역보험기금(4조6680억원) 삼성생명(4249억원) 한국산업은행(2696억원) 서울보증보험(1832억원) 우리은행(953억원) 하나은행(807억원) 농협생명(404억원) 신한은행(314억원) 부산은행(292억원) 등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탈석탄동맹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진행중인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해달라”며 “특히 OECD 국가들은 올해 안에 ‘탈석탄’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독일 도이치은행, BNP 파리바,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등 글로벌 투자사들은 지난해 초부터 중반까지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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