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반달가슴곰 또 다른 이름 '사육곰'

  • 이병욱 기자
  • 2019.03.19 00:00

현재 국내 사육곰 개체수 32개 농가에 526마리
농가소득 증대위해 수입한 뒤 수출길 막혀 방치

철창 안에서 울부짖는 사육곰의 모습 (사진 녹색연합 제공)/뉴스펭귄

죽을 날만 기다리며 평생을 철창에 갇혀 분뇨가 섞인 더러운 물과 음식물쓰레기로 살아가는 사육곰.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국내 사육곰의 시작은 지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개인이 야생곰을 재수출 용도로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적극 권장하면서 부터다. 이 때부터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곰을 들여와 웅담만 뽑아 재수출하는 가공무역을 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영국 BBC를 통해 국내 사육곰 실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자, 정부는 1985년부터 수출을 금지했다. 1993년부터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가입으로 곰 수입과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녹색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사육곰의 개체수는 32개 농가 526마리(지난 1월 기준)다. 정부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육곰 총 967마리의 중성화 수술을 완료하며 더 이상 개체 증식은 막았지만 여전히 500마리가 넘는 곰들이 철창 안에 방치된 상태다. 

이들 개체의 83%가 도축 연한이 넘은 10세 이상의 곰들로, 웅담 채취를 위해 죽어야만 철창을 빠져나올 수 있는 신세다. 아직 도축 연한 전 어린 개체도 89마리나 된다.

한편, 멸종위기종의 일상을 그리고 알리는 디자인 브랜드 '미크스튜디오(대표 이미소)'가 그동안 철창 안에 숨겨져 있던 사육곰의 사육 실태를 세상 밖으로 꺼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과 동물 모두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모토로 탄생한 미크스튜디오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사육곰 구출 프로젝트'(https://bit.ly/2F9AQe9)를 진행하고 있다. 

미크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반달가슴곰을 디자인 한 캐릭터 '똑딱이'를 활용한 맨투맨 티셔츠와 양말을 제작했다. 펀딩을 통해 모아진 후원금은 아직 철창 안에 갇혀 있는 다른 사육곰들을 위한 캠페인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미소 '미크스튜디오' 대표는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사육곰으로 전락된 실태를 알게된 후, 많은 분들께 이 사실을 알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단순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멸종위기종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중인데, 많은 분들이 이번 펀딩에 참여해 사육곰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크스튜디오의 '사육곰 구출 프로젝트'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미크스튜디오의 '사육곰 구출 프로젝트'/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