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닭을 매달아... 중국 동물원 '호랑이 낚시' 논란

  • 이후림 기자
  • 2021.03.10 08:00
관람객이 매단 생닭을 잡으려 뛰어오르다 땅에 부딪히는 호랑이 모습 (사진 페이디엔 웨이보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중국의 한 동물원 영상이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14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동부 산둥성의 한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살아있는 닭을 낚시 고리에 매달아 우리에 집어넣자, 호랑이가 닭을 잡으려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공개됐다.

중국 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간 영상은 엄청난 공분을 샀다. 해당 동물원 측에서는 "영상 속 모습처럼 호랑이에게 생닭을 낚시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관람객이 직접 가지고 온 닭"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하지만 네티즌들은 관람객에게 살아있는 닭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고 이와 같은 행동을 저지하지 못한 동물원의 안일한 대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SNS 페이디엔 웨이보에 올라온 '호랑이 낚시' 영상

촬영된 영상을 보면 문제의 관람객이 막대기의 한쪽 끝에 살아있는 닭을 매달아 호랑이 우리에 집어넣는다.

호랑이가 살아있는 닭을 보고 흥분해 필사적으로 잡으려 시도하자 관람객은 호랑이가 쉽게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막대기를 위아래로 흔든다. 해당 영상이 중국에서 '호랑이 낚시'로 불리는 이유다.

닭이 내려온 순간, 이를 잡기 위해 공중으로 힘껏 뛰어오른 호랑이는 닭과의 사이가 너무 멀어 땅으로 고꾸라진다. 네티즌들은 해당 관람객이 먹이를 주려고 닭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먹는 기분'만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닭을 매달아 호랑이에게 주려고 했던 잔인함에도 혀를 내두르며 해당 관람객과 동물원의 처벌을 촉구했다. 

관람객이 매단 생닭을 잡으려 뛰어오르다 땅에 부딪히는 호랑이 모습 (사진 페이디엔 웨이보 캡처)/뉴스펭귄

중국 최대 지식플랫폼 지후(Zhihu)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내 동물 학대 문제는 지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일부 관람객들은 늑대에게 잡초를 억지로 먹이거나 반응 없는 호랑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큰 돌을 던졌다. 도망치는 공작의 깃털을 뽑아 아이에게 주기도 했다. 관람객이 준 매운 음식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원숭이와 햄버거나 팝콘과 같은 정크푸드를 먹는 하마를 촬영해 SNS에 게시했다.

이와 같은 중국 동물 학대 만행은 아직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상해 푸단대학교 생명과학 연구원 왕팡(Wangfang) 교수는 "교육, 보호, 과학 연구, 휴식을 전제로 운영돼야 하는 동물원의 기능을 단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라며 "동물을 인간의 놀림감으로 삼는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관람객이 매단 생닭을 잡으려 뛰어오르다 땅에 부딪히는 호랑이 모습 (사진 페이디엔 웨이보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